제주, 3개 기초지자체 설치 속도 낸다
올해 안에 주민투표 계획
행안부 ‘신중론’ 걸림돌
제주도가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개편 행정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안에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19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 성과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면서 생긴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됐다. 특히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기본 방향은 기초지자체 설치다.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4개 기초지자체(제주시·서귀포시·남제주군·북제주군)를 없애고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설치했는데, 20년이 지나 기초지자체를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강창민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초지자체가 없어지면서 지역간 불균형 심화, 행정서비스 약화, 주민참정권 제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기초지자체 부활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강원도와 전북도가 기존 중층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특별자치도를 설치하고 특례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기초지자체 설치를 추진 중이다. 2023년부터 한국지방자치학회에 의뢰해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용역’을 진행해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4차례 주민 여론조사에서도 주민 과반이 이에 찬성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3개의 자치시를 설치하는 개편안을 최종 권고했다.
장민철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추진단장은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고, 제주도가 특별지자체로 전환한 것도 2026년이면 20년이 되는 만큼 새로운 행정체제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었다”며 “변화된 행정환경에 맞게 새로운 형태의 광역과 기초 사무배분을 통해 제주형 기초지자체의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 계획처럼 2026년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기초지자체를 부활하려면 올해 안에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조만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행안부 태도는 여전히 신중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여중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은 “지금 특별자치도 체제의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행정체제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학회와 국회, 타 지자체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법 제정으로 단일 광역지자체가 된 이후 다양한 국가사무 권한을 넘겨받았다. 조직·인사·재정 자율성을 확보했고 자치경찰단도 최초로 설치했다. 무비자 입국 확대, 국제고 설립 허용 등 첫 해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은 특례만 1062건이었다.
2007년에는 관광·교육·의료 분야 278건을, 20009년에는 관광 3법(관광진흥법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국제회의산업육성법) 등 365건을 이양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7월에는 ‘지역 실정에 맞는 차로 운영권 이양’을 포함해 30건을 추가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4690건의 특례를 부여받았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