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저축은행 채권 매각해 연체율 관리”
개인사업자 채권, 내달 NPL전문투자회사에 매각
부동산PF 경·공매 압박 … 3개월마다 최저입찰가↓
저축은행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금융당국이 연체 채권 매각을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토지담보대출을 포함한 부동산PF 사업장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가 급격히 늘면서 올해 2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이 10%대를 넘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연체 채권을 최대한 매각해서 연체율을 관리해야 한다”며 “연체율 관리계획이 미진한 업체들을 상대로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말 6.55%로 전년말(3.41%) 대비 3.14%p 상승했다. 기업대출은 8.02%로 전년말(2.9%) 대비 5.12%p 급등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8%,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10%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2분기 연체율 집계 전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을 담보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 발생이 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차주들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1월 새출발기금으로 한정돼 있던 매각 채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로 확대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로부터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의사를 최종 확인해서 내달 NPL전문투자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인 신용대출 부실채권 약 1000억원을 12개 저축은행이 우리금융F&I에 매각한 바 있다.
개인 신용 연체채권에 이어 개인사업자 연체채권도 NPL전문투자회사에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 매각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NPL을 취급하는 자산운용사로 매각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부동산PF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연체 발생 사업장을 공매로 넘기더라도 최저입찰가격을 원금 수준에서 정했기 때문에 대부분 유찰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최저입찰가격을 낮추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공매를 무산시키고 있다고 판단, 저축은행중앙회 표준규정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달 1일 시행된 표준규정에는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의 경우 연체 후 3개월 단위로 주기적 경·공매를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적정 공매가 산정은 채권회수 가능성 하락 등을 고려한 실질 담보가치, 매각 가능성, 직전 공매회차의 최저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공매에서 유찰될 때마다 직전 최저입찰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3개월 단위로 최저입찰가격이 하락할 경우 낙찰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며 “PF사업장을 인수한 시행사는 낮은 가격에 인수, 높아진 사업성으로 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PF사업장 경·공매가 시작되면 일부 사업장은 초기에 좀 싸게 팔릴 수 있지만, 사업성이 살아나서 정상화되는 사례들이 나오면 시장 기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커지면 경·공매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