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출범 … 하지만 진료정상화는
정부 1년안에 의료개혁 구체적 로드맵 제시 … “의료현장 모니터링, 피해 없도록”
정부가 의료개혁특위를 출범시켰다. 앞으로 1년 안에 의료개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의사단체 등이 불참해도 개혁 논의와 추진은 진행되겠지만 진료 정상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25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회의 후 브리핑에서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의대 증원 문제 대신 의료개혁 과제 중 우선순위가 높다고 본 4대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이다. 특위는 내부에 의료인력 전문위원회,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 공정보상 전문위원회 등을 꾸려서 운영한다.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1차 의료 강화 대책 마련, 20년 이상 지속된 낡은 지불보상체계의 혁신에 대한 필요성도 논의됐다. 기획재정부 등 참석한 정부위원들도 의료개혁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 실손보험 개선 추진을 강조했다.
노연홍 특위위원장은 “‘필수의료의 획기적 강화’ ‘지역의료의 보건’ ‘초고령사회 대비’를 목표로 개혁 논의를 이끌어 갈 것”이며 “4대 최우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진행함과 함께 나머지 과제들도 특위에 주어진 1년의 활동 시한 내에 구체적 로드맵을 국민께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1명의 민간위원 그리고 기획재정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의 장관과 금융위원장 등 6명의 정부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위원장을 빼면 공급자단체 추천 10명과 수요자단체 5명, 전문가 5명인데, 정부는 공급자단체 10명 중 6명을 의사·병원에 각각 3명씩 배분했다. 의사단체로는 의협과 대전협, 대한의학회에 1명씩 배정됐지만 불참을 통보하면서 위원 3명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의료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는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의 적극적 참여와 합의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라는 균형이 필요하다. 병원협회 등 병원계는 참여를 했지만 의사단체의 불참은 해결 과제다. 물론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아도 사회적 논의와 결정에는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진료정상화 측면에서는 의사단체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협과 대전협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열어놨으니 당사자이면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단체가 조속히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특위 출범에 부쳐 환자단체 등은 환자 생명 보호와 권익 우선 정책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극심한 의·정 갈등으로 10주 이상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의료개혁이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의료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향후 또다시 환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그런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추진되는 의료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환자 투병 및 권익을 보장하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산업노조는 “전공의와 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더 이상 환자생명을 볼모로 강대강 대치를 연장시켜서는 안 된다. 환자들이 기다리는 의료현장으로 돌아가 진료를 정상화하고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서 의료개혁 논의를 주도해나가는 것이 의료개혁의 주체이자 당사자다운 태도이며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특위에 정당과 의료기관 노동조합이 빠진 것도 지적됐다. 광범위한 국민적 공론화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에 관한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한계를 드러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각 대학병원에서 나타나는 주1회 셧다운 움직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자들은 갈 곳이 없는데 특위에서 의정 대치 국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은 의료붕괴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당장 일선 교수진 사직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사태 봉합을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