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부자감세’ 반대한 총선 민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처럼 여론조사가 관심을 끌었던 선거도 드물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정부가 연이어서 발표한 선심성 세금 감면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4월 2일 ‘22대 총선 특집편 조세·재정 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의 배경은 윤석열정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24차례나 민생토론회를 개최하여 각종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었고, 이에 더해 총선 직전인 3월 28일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부가가치세 인하까지 언급하고 대통령실도 ‘즉각 검토할 예정’이라고 호응하는 등 ‘총선용 감세 공약’이 난무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자감세’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 ‘부정적’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조사 결과, 62.4%의 유권자는 ‘부자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44.5%는 ‘매우 부정’, 17.9%는 ‘부정’ 응답이었다. 특히 보수 진보 중도 등 이념 성향을 불문하고 과반수의 유권자가 ‘부자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보수층은 50.2%, 진보층은 77.1%, 그리고 중도층은 66.9%였다. ‘감세 정책’은 한 마디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현 세대는 세금을 덜 내도록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자감세’ 정책은 현 세대의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또한, 윤석열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정건정성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 기조와 상충하는 문제점도 있다.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견지하는 이유는 1인당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부자감세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문제까지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금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고, 자산·소득 양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성장 동력이 잠식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의 문제점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실시한 ‘윤석열정부 조세·재정 정책 국민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의 유권자는 현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보여 주었다. 감세 정책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59.4%), 세수 부족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것(54.6%)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감세 정책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부정 응답 중 매우 부정이 46.3%를 차지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특이한 점 중의 하나는 과반수의 유권자가 증세 정책에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즉,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4.1%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의향은 보수층 52.0%, 진보층 79.4% 및 중도층 62.6%로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식투자소득세를 추진하는 정당에 대한 투표 의향도 52.9%였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8.4%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진보층과 중도층은 증세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74.3%, 53.6%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총선 민심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난관에 직면할 것
총선은 끝났지만 현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현 정부는 부자감세 정책 추진을 중단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총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현 정부 경제부총리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미 한 차례 유예하여 2년 동안 수조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다시 유예하겠다고 한다. 국민이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더욱 커다란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