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앞두고 ‘법률수석’ 속도조절
협치기류에 ‘찬물’ 우려
대통령실이 가칭 ‘법률수석실’ 신설을 놓고 숙고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영수회담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민정수석 부활’ 논란을 일으켜 협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는 없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여당의 총선참패 후부터 민심청취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 신설을 검토했다. 명칭은 ‘법률수석’ ‘민심수석’ 등 다양하게 거론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의 부활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의 한 친윤계 의원은 “그동안은 대통령이 민심을 정성적으로 전달받다보니 자신의 판단에 의지한 면이 크다”며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전해 듣고 납득하려면 사정기관의 정보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사정기관 장악을 통한 “대통령 방탄 지휘용”으로 규정하고 비판 공세를 펴왔다. 대통령실은 한 때 비판을 무릅쓰고 법률수석 신설 추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급물살을 타면서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당초 정해진 방침은 없었지만 (법률수석) 필요성이 제기되긴 했다”며 “다만 영수회담을 앞두고 굳이 조직개편을 서두를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총선민심은 명확하게 ‘협치’를 가리키고 있는데 민정수석 부활로 오해받을 수 있는 조직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꼭 하려 한다면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를 밝히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일이 선행돼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률수석실 신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마평도 무성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 이금로 전 수원고검장,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968년 처음 만들어진 민정수석실은 그간 역대정권에서 공직기강·사정·인사검증·여론동향 파악 등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정기관 독립성 확보’를 강조하며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고,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을 비서실장 아래에 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