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어쩌다 패배 아니다? ‘20년 집권불가론’까지
총선 3연패 … 중도층·수도권·청년 외면 고착화 우려
“다음 지선·대선은 보수정당의 파산 이행절차 될 것”
당 위기감 실종 … ‘나이 연대설’에 비대위원장 구인난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번 패배가 ‘일시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어쩌다 한 번 패한 게 아니라, 지지층의 이념·지역·연령대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패색이 짙다는 우려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에 빗대 국민의힘이 ‘20년 집권불가론’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은 25일 “세 번 연달아 총선에서 패배한 건 단순히 일시적인 게 아니다. 앞으로 당이 존속 가능하냐, 이런 근본적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 ‘구조적 위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당이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4.10 총선 참패가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당의 ‘구조적 위기론’은 지지층의 이념·지역·연령대의 편중성에서 비롯된다. 여권은 보수층과 영남권, 60대 이상 노령층의 지지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여당은 4.10 총선에서 영남권 65석 가운데 59석을 싹쓸이했지만 수도권은 112석 중 겨우 19석을 건졌다. KBS MBC SBS 총선 출구조사의 세대별 득표율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0대 이상에서만 우위를 점했고, 50대 이하에서는 완패했다. 여권에서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 지지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지만, 정작 선거만 닥치면 보수층과 영남권·노령층에 매달리는 선거 캠페인을 벌여왔다.
여당의 ‘구조적 위기론’은 전문가들로부터도 확인된다. 25일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당), ‘사포당’(40대를 포기한 당)이 됐다. 경기도에서 다 놓치면 영원히 원내 1당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40대를 놓치면 앞으로 총선은 이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386세대 막내가 5년이 지나면 60대가 된다. 이제는 60대 이상이 10~20년 전과 같은 투표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밝혔다. 진보 지지성향이 강한 386세대가 60대에 본격 진입하면, 여당 핵심지지층인 노령층 표심마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25일 “영남과 노령층의 지지에만 의존하는 보수정치세력은 더이상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가 아니다”며 “주류로 등장한 민주당이 지난 수십년 동안 수도권과 청년·중장년, 중도층을 껴안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국민의힘이 배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당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비관론이 엄습하는 모습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강조해왔다. 여권에서는 총선 참패의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의힘 20년 집권불가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SNS에서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은 보수정당의 파산 이행절차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개혁신당과 ‘영남 자민련’, 기타 정파로 파편화되고 보수본진은 해체될 것이다. 민주당을 본진으로 한 진보좌파진영은 일본식 자민당 영구집권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20년 집권불가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 위기감은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내달 3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나이(나경원-이철규) 연대설’ 같은 구태의연한 논란만 재생산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대위원장도 구하지 못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4선 이상 중진이 19명이나 되지만 어느 누구도 2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뒷수습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