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뿐인 남성 유급출산휴가 늘리는 방안 추진
경력단절여성 채용 혜택 강화 … R&D 예타 전면폐지도 검토
ISA 1인1계좌 제한 없앤다 … 최상목 부총리 워크숍에서 밝혀
정부가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1인 1계좌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고졸 채용 비율 반영 기준을 늘리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개인의 자산 형성과 고졸자의 취업을 지원해 사회 이동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지난 26일 열린 기재부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강을 통해 정부가 구상 중인 ‘역동경제’의 방향성을 소개한 최 부총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부진하다는 점을 한국 경제의 주요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출산휴가의 경우 배우자, 남성은 10일밖에 안 된다”며 “이를 더 늘리는 방안과 경력단절 여성 채용에 대한 세제지원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성이 경력 단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국가 생산성과 사회 이동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은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의 출산에 따라 출산휴가를 청구하면 사업주가 10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게 하고 있다.
또 최 부총리는 “맞춤형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ISA가 은행 등 업권별로 나뉘어 있는데 통합형을 만들거나 1인 1계좌 제한을 푸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1계좌 제한을 풀 경우 여러 계좌의 손익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최 부총리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또 기초연구와 응용·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R&D 예타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힘에 따라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R&D 사업에 대한 예타 의무를 아예 폐지하거나 기준을 높이는 등의 개선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학교 일자리센터와 국가장학금을 연계해 취업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역시 사회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검토다. 최 부총리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때 고용서비스 이용 여부와 관련 정보를 써넣게 하고, 이를 일자리센터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시키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마다 운영 중인 일자리센터가 있지만, 연 방문 인원은 20만명 수준일 정도로 활용도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구직자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고용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대학 졸업 후에도 정부 고용복지센터까지 데이터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고졸 채용 비율 만점 기준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직업계고 학생의 양질 일자리 취업 기회가 감소 추세여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최 부총리는 ‘역동 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사회 이동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의 백만장자 중 자수성가 비율이 미국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며 “사회적 이동성이 과거보다 많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