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윤·찐명 원내대표 ‘유력’… 협치 대신 여야 충돌 우려
국민의힘 ‘이철규 대세론’ … 민주당, 박찬대 단독 출마
여야 주류 ‘후보 교통정리’ … 비주류, 도전 엄두도 못내
여야 강경파가 원내지휘봉 잡으면서 협치 물 건너 갈 판
여야 원내지휘봉을 이른바 찐윤(진짜 친윤석열)과 찐명(진짜 친이재명)이 잡는 게 유력해졌다. 내달 3일 실시되는 여야 원내대표 경선에서 찐윤 이철규 의원과 찐명 박찬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
여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주류가 알아서 후보를 교통정리하고 비주류는 출마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건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우려다. 여야 강경파가 원내지휘봉을 잡으면 22대 국회도 협치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을 닷새 앞둔 28일 비윤으로 분류되는 김도읍 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헌법을 수호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당과 지역민의 요청을 받고 돌아와 3선에 성공했다. ‘책임’과 ‘희생’의 미덕을 보여준 김 의원은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워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친윤 대 비윤’이라는 갈등 구도의 중심에 서는 걸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친윤이 총선 참패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친윤 원내대표’를 고집하자 비윤쪽에서 집안싸움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워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김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원내대표 경선은 사실상 ‘이철규 대세론’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박대출(4선) 의원과 송석준·추경호·김성원·성일종(이하 3선) 의원의 출마가 자천타천 거론되지만 당내 최대세력인 친윤이 이 의원으로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의미 있는 대결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만의 하나 다른 후보가 나서 ‘깜짝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이들 또한 친윤이어서 ‘친윤 원내대표’는 확정적이다.
지난 26일 마감된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등록에는 박찬대 의원이 단독 입후보했다. 찐명인 박 의원은 내달 3일 당선인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거쳐 선출된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이번 경선을 앞두고 김민석·서영교·김성환 의원 등이 출마를 고민했지만 친명계 내부에서 교통정리를 통해 전례가 드문 ‘단독 출마’를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에서 원내대표 단독 출마는 20여 년 전인 지난 2005년 정세균 의원이 마지막이었다.
여야가 주류 원내대표를 만들기 위해 사전 교통정리를 하고, 비주류는 도전을 엄두도 못 내는 ‘닮은 꼴’ 상황은 정당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장면으로 지적된다. 여당에서는 친윤을 겨냥해 “총선 참패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친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내지도부 장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안철수 의원과 권영진·박정훈 당선인 등이 공개적으로 ‘이철규 대세론’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여야가 강성 원내지도부를 선출하면 22대 국회도 “협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의 강력한 투톱 체제로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는 개혁국회, 민생국회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강력한 대여투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철규 의원은 지난 2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계속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부담을 유도해도 거부해야 할 법안이라면 100번이든 1000번이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야와의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윤으로 꼽히는 여권 인사는 26일 “총선 민심은 여야에게 민생을 살피고 협치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여야는 강성주류를 지도부에 세워서 또 싸울 생각만 하는 것 아니냐”며 “여야 원내대표 선출을 지켜보니 22대 국회도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촌평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