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분기 실적 ‘개선’… 2분기는 ‘암울’
밸류업 추진 거래대금 증가 부동산 PF 부실 우려 여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4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대규모로 쌓았던 충당금이 줄어든 가운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주식 시장 거래대금이 늘어나며 위탁매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여전히 밝지 않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의 1분기(1~3월) 실적이 직전분기대비 크게 개선됐다. 전년 동기보다도 순이익이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25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4%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104.5%, 당기순이익은 163.5% 급증했다.
KB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25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4.1%) 감소했다. 하지만 직전분기보다는 268.0%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09% 증가한 198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보다는 784.46% 급격하게 늘었다. KB증권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와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 증가가 주된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은1090억원, 당기순이익은 899억원으로 작년 4분기 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대비도 영업이익은 12.7%, 순이익은 7.8%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 또한 1분기 영업이익은 859억원, 당기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작년 4분기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동기 보다는 영업이익은 32.5%, 순이익은 36.6% 줄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대형증권사들도 작년 4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당기 순이익은 1499억원, 한국금융지주는 2356억원, 삼성증권은 1636억원, 키움증권은 19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이유는 △1분기 증시 거래대금이 호조를 보였으며 △ 출자한 펀드의 배당금 및 분배금 등은 1분기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지난 4분기 보수적인 기준으로 일회성 비용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당국의 PF 정상화방안이 2분기부터 시행됨에 따라 추가적인 충당금 반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실적확인은 필요한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이 대형 증권사들에 쏠려 있는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 개선은 다소 낮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