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권익 위해 주총 소집통지 기한 3주 전으로 늘려야”
감사보고서 공시 기준일 최소 2주 전 … 주총 6주 전 ‘배당’ 별도 공시해야
기업 자발적 노력 강조하기보다 상법·외부감사법 개정 등 제도 개선 필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익 보호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주주총회 소집통지기한을 3주 전으로 늘리고 감사보고서 공시 기준일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건을 분석해 자신의 권리인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보가 사전에 충분한 검토의 시간을 두고 제공돼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한 주주총회 6주 전에 배당 여부와 금액 등 관련한 내용을 별도로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상장사 90%, 주총 1주 전 감사보고서 공시 = 3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2월과 3월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2480개 상장회사(코스피 810개사, 코스닥 1670개사)의 주주총회 관련 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 80%의 상장회사가 법에서 정한 최소 기한에 맞춰 소집공고와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법 제363조 제1항에서는 주주총회일 2주 전에 각 주주에게 서면으로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통지를 발송하거나 각 주주의 동의를 받아 전자문서로 통지를 발송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상법 제542조의4 제1항에 따르면 1% 이하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에게는 금융감독원의 공시사이트 등에 공시하는 것으로 통지를 갈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법에서 요구한 주주총회 2주 전에 맞추어 소집공고를 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72.8%, 코스닥의 경우 90.9%에 달했다. 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이사회 결의를 한 소집결의일 기준으로 보면, 주총 통지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는데도 실무에서는 법에서 정한 날짜를 기준으로 공고가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회사의 재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공시 시점은 주주총회 소집통지일보다 더 늦다. 현재 법에서 주주총회 1주 전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보니(상법 시행령 제31조 제4항 제4호, 외부감사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1호), 약 90%의 회사가 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공시를 하고 있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서도 많이 늦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39%는 사전통지 기간이 22일 이상이며, 51%는 15일에서 21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5개 국가(10%)만이 15일 미만이다. 일본의 경우 2주 전 통지하지만 감사보고서 제출도 2주 전으로 우리나라보다 통지기간이 길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회사에 투자하는 개인 및 기관투자자의 경우 3월 하순 주총을 위해 3월 중순에 몰려서 나오는 감사보고서를 검토해야 하니 충실한 검토가 어렵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건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주총 소집통지 및 공고시기와 감사보고서 제출시기를 주주총회 3주전으로 앞당기도록 상법과 외부감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회사의 자발적인 노력을 강조하기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배당 관련 주주제안권 행사 가능하게 =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한 주주총회 6주 전에 별도 배당공시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올해는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28.8%(234개사)와 코스닥 63.8%(1066개사)가 배당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회사가 이사회에서 무배당을 결정할 경우, 주주들은 회사에 대해 배당을 요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배당하지 않는 이유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총 6주 전까지 배당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41.8%(240개사), 코스닥 40.4%(244개사)로 40% 수준에 불과했다.
황 연구위원은 “회사의 배당 관련 정보를 기존 주주나 신규 투자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알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결산일 이후 주주총회일 6주 전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재무제표를 감사에게 제출할 때 배당 관련 내용을 별도로 공시하자”며 “배당정책, 배당 여부, 배당결정에 대한 이사회 의견, 배당가능이익한도, 배당금액 등 배당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배당 관련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배당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제고할 수 있다.
◆주총 이후 결과 공시도 구체적으로 = 주총 이후 정확한 결과를 알릴 수 있는 공시도 각 안건에 대한 찬반비율 등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리 ‘원안대로 승인’이라고만 공시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주주총회 논의 결과가 투자자에게 적시에 충실히 제공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찬반 비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지 않고 안건의 가결여부와 논의 내용에 대해서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찬반 비율까지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주주들에게 주주총회의 정확한 결과를 알릴 수 있는 찬반 비율 공시가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41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주주총회와 관련하여 주주의 참석율, 안건에 대한 찬반비율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고, 연결기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회사가 거래소에 신고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도 주주총회 찬반비율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이런 제도가 상장회사 전체가 적용되도록, 상법이나 기업공시서식을 개정해 주주의 참석율과 안건에 대한 찬반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총 일정 분산 및 전자투표 채택 = 상장사 주총 일정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달 20일부터 29일 사이에는 2월과 3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상장회사의 97.2%가 집중됐다. 특히 3월 28일에는 2월과 3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2,480개사 중 32.3%에 해당하는 802개의 상장회사(코스피 217개사, 코스닥 585개사)가 주총을 개최했다.
G7 국가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우리나라의 주주총회 개최 집중도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주주총회 개최일이 집중될 경우, 여러 회사에 투자하는 주주들이 주주총회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각 회사의 주주총회 안건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럴 때 전자투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 현장에 가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하지만 2480개사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의 27.7%와 코스닥시장 상장회사의 44.1%에 해당하는 회사는 여전히 전자투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들에게 주주총회 분산 개최나 전자투표 채택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회사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이나 기업의 ESG 평가 항목으로 주주총회 분산 개최를 통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 보장 여부, 전자투표 채택 여부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