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업은 지도부 우려 크지만 … 막지 못하는 이유
찐윤 이철규, 원내대표 유력 … “패장 나와 설쳐” 비판
친윤 아직도 다수 … 비윤 구심점 없고, 용산 눈치 여전
‘윤심’(윤석열 마음)을 업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또 탄생할 조짐이다.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로 유력하다.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도 ‘윤심’이 담긴 당 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내에서는 “‘윤심 지도부’는 총선 민심과 배치된다”는 우려가 잇따르지만, 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쇄신 동력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30일 국민의힘에서는 찐윤 원내대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총선에서 정권심판 민심이 비등했는데, 이 와중에 찐윤 지도부로 대응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패장이 나와서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 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의원은 “선수 교체 없이 옷만 갈아입혀 다시 뛰게 할 수는 없다”며 ‘이철규 원내대표’에 반대 뜻을 내비쳤다.
윤상현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이라는 면에 있어서 보면 (이 의원은)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총선에 나타난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철수 의원과 조해진 의원, 박정훈·권영진 당선인도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에 반대 뜻을 밝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찐윤 원내대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윤심 지도부’는 점점 현실화되는 흐름이다. 원내대표 경선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30일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이 없다.
이 의원이 단독 출마해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의원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혔던 김도읍 의원은 2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도 ‘윤심’이 반영된 당 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친윤 출신이 대표에 직접 도전하거나, 비윤이지만 윤 대통령이 양해한 대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잇단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심 지도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건 22대 국회에서도 친윤 의원이 당내 다수라는 점이 우선 꼽힌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공천을 하면서 영남권·강원권에 주로 포진한 친윤에게 대부분 공천을 안겼고, 생환했다. 물갈이는 없었다. 친윤이 당선인 108명 가운데 과반 이상이 되면서 ‘윤심 지도부’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친윤에 맞설 비윤의 구심점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친윤은 집권 이후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고,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을 고립시켰다.
연장선상에서 친윤에 맞섰다가는 아직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권력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도 ‘윤심 지도부’를 방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오신환 전 의원은 29일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을 엄습하고 있는 공포감, 말하면 뭔가 잡혀갈 거 같은, 아니면 뭔가 불이익을 받을 거 같은 이런 당내 분위기가 있다”며 “뺄셈정치를 통해서 계속 (비윤을) 내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정치 특유의 분위기도 ‘윤심 지도부’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비수도권 당선인은 “당선인들 입장에서는 일단 (임기) 4년이 보장됐기 때문에 굳이 앞장서 분란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쥐고 있는 인사권도 의원들을 입 닫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총리나 장관행을 바라며 ‘윤심 지도부’라는 무리수에 침묵한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