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도돌이표’ 학생인권법, 돌파구 찾을까
충남·서울서 학생인권조례 잇따라 폐지
전국 적용 학생인권법 필요성 재차 제기
17·18대 국회선 발의됐다 임기만료 폐기
충남과 서울 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잇따라 폐지되면서 전국에 적용될 수 있는 학생인권법 제정을 국회에서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6년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된 후 임기만료 폐기가 두 차례나 있었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동력이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 21대 국회에는 학생인권법이 이미 발의돼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선 학생인권조례의 상위법 시비가 잇따랐던 데 대한 근거 조항 마련, 학생인권 침해행위 금지 및 학생 징계사유 제한, 학칙 제개정시 학생참여 보장 및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 참여 보장, 학생인권옹호관 등 학생인권 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절차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외에 강민정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문제는 법안 심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의원 대표발의 ‘학생인권법’은 발의 당시에는 학생인권단체들이 일제히 환영하고 나서는 등 관심을 받았지만 법안 심의는 딱 한 번 이뤄졌다. 지난해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엔 학생인권과 교권이 마치 충돌하는 것처럼 여론이 왜곡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강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은 아예 상임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학생인권법은 그 전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 폐기되는 흑역사를 겪었다. 2006년 17대 국회 최순영 의원 대표발의, 2008년 18대 국회 권영길 의원 대표발의로 각각 학생인권법이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의 빈약함,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의 이유로 임기만료 폐기라는 결말을 맞았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에선 또 한번 임기 만료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선 학생인권법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충남도희외에 이어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의결하면서 학생인권법 제정 필요성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영호 박주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학생인권법 제정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울시 충남도의회의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교권 추락을 방지하려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돼야 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와 특정 집단의 왜곡되고 과장된 논리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권리를 명확하게 지키기 위한 통일된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학생인권의 대못을 받는 정치적 퇴행”이라면서 “학생의 권리를 억눌러야 교권을 세울 수 있는 발상이 매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교사와 학생 인권 모두가 동시에 고양되고 신장돼야 한다”며 “이를 합하는 ‘학교인권법’식으로 종합 법률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