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각자 할 말’만 … 협치 '첩첩산중'
대통령실 “협치 국정기조 다져”…‘민생·민정’ 속도
민주당 “민심 외면, 간극만 확인” 강공기조 예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 결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양쪽은 전날 회담에서 의료개혁과 소통 지속에는 공감했지만 나머지 현안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같은 방식으로 회담이 이어진다면 서로 체면만 세워주고 각자 독주·강공의 명분을 챙겨가는 ‘동상이몽’식 만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대통령실은 전날 회담의 후속조치 논의에 들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제 회담 내용과 관련해 각 실 별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협치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의견 취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정기조는 전면 ‘민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회담을 통해 협치·소통 기조를 확실히 다진 만큼 앞으로는 오직 민생”이라며 “이제 용산은 정쟁과 분리될 것이고 서민경제회복, 영세 서민 회복 정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민정수석실 부활 사례를 언급한 만큼 민심청취에 초첨을 맞춘 이른바 ‘법률수석(가칭)’ 설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소통 이미지만 챙긴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양자회담에 배석한 민주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비공개 회담에서 현안에 대한 구체적 협의나 논의 보다는 기존 인식의 간극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이재명 대표의 소회를 전하면서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실무회담에서 회담 의제에 대한 협의를 거절할 때부터 ‘성과 없는 영수회담’이 예고됐다고 했다.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실이 의제조율을 거부해 ‘제대로 소통하려는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대표 모두발언에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라도 제대로 전달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소통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3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기대가 컸는데 합의한 것도, 받아들인 것도 없었다”면서 “모든 의제와 현안에서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너무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회담은 없느니만 못한 것 같다”고도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30일 “예상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미치지 못한 회담이었다”며 “신뢰와 협치의 모멘텀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통을 계속하자는 약속이 레토릭에 그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보다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 대표가 제시한 현안 중 한 두 개라도 추가로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야당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는 게 출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9일 TV조선 뉴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거 자주 해야 하겠다. 소통’(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하며 윤 대통령이 “다음에는 방식이 정해지는 대로, 이제 결정되는 대로 하고, 우리가 다음에는 국회로 가서 하는 것은 어떠냐, (국회) 사랑재에 가서 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걸 이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