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라파지상전 또 이견
블링컨 국무 “반대”, 네타냐후 총리 “불가피” … 하마스 휴전합의 수용 압박
1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견해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이날 블링컨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 피난민 140만명 가량이 몰린 라파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민간인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라파 지상전에 대해 반대해 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에게 “우리는 휴전 합의에도 관심이 있지만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라파 지상전 강행 의지를 전했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더욱이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포함하는 휴전 합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미의 관심사인 라파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한 셈이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분쟁의 추가적인 확대를 피할 필요성과, 중동에서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4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의 통화 이후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에 진전이 이뤄진 데 대해 논의했으며 이러한 진전을 유지하고 가속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도 만나 “우리는 인질들을 귀환시키는 휴전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데 결연하다”며 “휴전이 성사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하마스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휴전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우리가 말했듯이 지연도, 변명도 안 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텔아비브의 숙소 앞에 모인 인질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7번째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일원인 야당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와 만난 뒤 인도주의 물품 수송을 위해 다시 문을 연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인근 아슈도드 항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라파 지상전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입장차를 거듭 확인하면서 현재 이집트에서 진행 중인 휴전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 협상 대표단을 파견했던 하마스는 국제사회의 중재로 마련된 휴전안을 검토한 뒤 돌아갔으며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마련해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에도 몇 차례 협상은 있었지만 최근 기류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하마스 내부에서도 이스라엘이 제시한 휴전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AFP통신에 “이스라엘 쪽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며 “(협상안을 검토한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과 만난 이스라엘 수뇌부가 가자 지상전에 대한 원칙을 고수할 뿐 아니라 휴전협상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또 다시 협상타결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최고위급 이스라엘 관리는 AFP 통신에 “우리는 5월 1일 밤까지 하마스의 응답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휴전 합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측이 검토한 휴전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