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3주, 변한 게 없는 여권…앞으로 3년 ‘캄캄’
등 떠밀려 ‘이태원 특별법’ 합의 …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거부
여당, 지도부 공방으로 하세월 … 국정주도권 회복 점점 멀어져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지 3주가 흘렀다.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국민 뜻을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밝혔지만, 3주 동안 보여준 모습은 “지금 이대로”였다. 윤 대통령은 야당 요구에 대부분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여당은 ‘찐윤 지도부’ 만드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여권이 쇄신을 거부하면 국정주도권 회복은 점점 멀어진다. 남은 3년 임기 동안 ‘윤석열표 개혁’은 추진도 못해보고 야당의 특검 공세를 막는 데만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여권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총선 민심에 떠밀려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을 제외한 야당 요구에 대해서는 대부분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날 민주당이 본회의 통과를 벼르고 있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이다. 여당은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할 특검법에 대해서도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회동에서 요구했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유감 표명과 국회 결정에 대한 존중 △민생회복지원금 수용 △R&D 예산 복원 △연금개혁 속도 △전세사기특별법 추진 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사나 소통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친윤 정진석 비서실장을 발탁한 게 전부다. 엉뚱하게 야권인사들을 총리나 비서실장으로 검토한다는 ‘설’을 흘리다가 여야 모두에서 반발만 초래했다. 총리 인선은 감감무소속이다. 오는 10일 취임 2주년을 맞아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지만, ‘속 시원한 소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겉치레식 소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은 총선 뒤 3주 내내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갑론을박만 벌이고 있다. ‘찐윤(진짜 친윤석열) 원내대표’ 시나리오를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연일 격론 중이다. 당사자인 이철규 의원은 1일 “지금까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해명까지 내놨지만, 격론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놓고도 예비당권주자들은 ‘룰’ 신경전에 나섰다. 비윤에서는 ‘당원 100% 룰’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황우여 비대위’가 수용할 지 미지수다.
결국 여당은 총선 참패 뒤 3주 동안 국민 앞에 반성과 쇄신보다 서로 지도부를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모습만 노출한 꼴이 됐다. 과거 여당이 총선에서 패하면 개혁인사를 앞세워 비대위를 꾸리고 각종 쇄신책을 내놓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쇄신 시늉’조차 건너뛰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총선 이후에도 변화를 회피한다면 국정주도권 회복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 조사(4월 22~26일,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방식, 응답률 2.8%,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0.2%였다. 4월 1주차 37.3% 이후 2주차(32.6%), 3주차(32.3%), 4주차(30.2%)까지 3주 연속 하락한 것. 2022년 8월 1주차(29.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윤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회복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이 내걸었던 3대 개혁(노동 교육 연금)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 이 와중에 야당의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공세는 점점 거세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3대 개혁 완수를 통해 국정성과를 내기는커녕 야당의 특검 공세를 막는 데 급급한 사실상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안철수 의원 등 비윤은 총선 이후 윤 대통령과 여당을 겨냥해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쇠귀에 경 읽기로 그치고 있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 뜻을 밝혔다. 안 의원은 “정부의 여당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국정기조와 당정관계의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