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소통 의지 강조에도 ‘민정 부활’ 의구심 여전
이태원 특별법 ‘환영’ 노동절 메시지 ‘온기’
사정정국 우려 … “특별감찰관부터”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 이후 연일 소통·협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추진 중인 ‘민정수석’ 부활을 놓고는 우려가 여전하다. 사정정국용 포석이라는 의심을 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1일 국회의 이태원 특별법 수정처리 합의를 환영하며 협치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수경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여야가 이태원 특별법에 합의를 이룬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을 통해 여야 간 협치와 정치의 복원이 시작됐는데 이번 합의는 그 구체적인 첫 성과”라며 “앞으로도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해 여야가 신뢰에 기반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루고 협치를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가 서로 조정해서 독소조항(특별조사위원회 직권 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부분을 민주당이 삭제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했던 시기 같은 부분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합의해서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온기 도는’ 노동절(근로자의 날) 맞이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SNS를 통해 “노동은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동시에, 우리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며 “대한민국이 지금의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근로자 여러분의 땀과 노력 덕분이다. 2840만 근로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와 정부는 소중한 노동의 가치를 반드시 보호할 것”이라며 “근로자 여러분의 일터를 더욱 안전하고 공정하게 만들고,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격려했다.
‘노사 법치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를 내세우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며 거대 노조들을 압박했던 지난해 메시지와 확연히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국민들 눈물 있는 곳에 대통령이 계셔야 한다”는 홍철호 정무수석의 조언에 “알겠다”고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같은 소통 의지 강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검토 중인 조직개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핵심은 가칭 ‘법률수석’ ‘민생수석’ 등으로 불리고 있는 옛 민정수석의 부활이다.
대통령실은 ‘민심청취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보가 대통령의 객관적 민심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정정국 조성을 통해 국정동력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일 “총선참패 직후 민정수석 부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것은 시작부터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정정국 조성용으로 읽힌다면 그나마 의지해야 할 여론이 등을 돌리고 여당도 지탱해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진정 민심청취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협치에 대한 진정성을 더 보여준 후에 추진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의지를 재차 천명하거나 채 상병 특검에 대한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5월 초 중으로 민정수석 신설이 포함된 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민정수석에는 김주현 전 법무차관,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