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플랫폼 알고리즘 노동자에게 공개해야”
플랫폼, 고용관계 입증 책임도
노동자·노동자대표 권리 강조
유럽연합(EU) 의회가 플랫폼 노동 고용관계 입증 책임을 플랫폼에게 있도록 했다. 또한 플랫폼 알고리즘을 노동자에게 공개하고 노동자와 노동자대표의 권리를 명시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 첫 입법인 셈이다.
지난달 25일 민주노총법률원 부속 노동자권리연구소의 ‘유럽연합 플랫폼 노동 지침의 의의와 주요 내용’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EU 의회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입법지침’(지침)을 가결했다. EU 회원국들은 2년 안에 지침을 국내법·제도로 이행해야 한다. 지침 불이행하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국가는 ‘EU 사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막대한 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플랫폼 노동의 빠르게 확산되자 2021년 12월 플랫폼 노동 지침(안)을 발의하면서 논의를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EU 플랫폼 노동자는 2800여만명이고 이들 가운데 550만명이 자영업자로 오분류 돼 최소한의 노동권도 누리지 못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언급했다. 지침(안)은 디지털 노무제공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플랫폼과 맺고 있는 관계의 실질에 부합하는 고용상 지위를 인정받음으로써 노동권 및 사회보장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 소장은 “현재 EU 플랫폼 노동자는 4300만명 이상으로 3년 만에 1500만명 이상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침의 주요 내용은 ‘플랫폼 고용관계(노동자성) 추정’과 ‘노동자와 그들의 대표의 알고리즘에 대한 권리’ 조항이다.
지침은 고용관계의 존재에 관한 판단은 실제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실을 주된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해 했다. 즉 계약 당사자간 합의된 계약형식이나 계약에 부여한 명칭이 아니라 노무제공과 관련된 실질을 살펴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고용관계의 추정 제도가 갖는 실무적 장점은 입증책임의 전환에 있다”면서 “플랫폼이 고용관계의 법적 추정을 반박하려는 경우, 해당 계약관계가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해당 플랫폼이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통한 관리에 대한 노동자와 노동자대표의 권리를 명시했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이 내리거나 지원하는 결정의 종류, 알고리즘이 고려하는 정보와 주요 매개변수의 종류, 노무제공자의 계정을 제한·정지·해지하는 결정의 이유 및 노무제공자에 대한 보수 지불 거부의 이유 등을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 대표는 플랫폼 알고리즘을 감독할 권한도 갖는다. 노동자 대표가 최소 2년마다 알고리즘 평가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이 부당하게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플랫폼 노동자 대표가 기업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플랫폼은 시정 요구 뒤 2주 이내에 바로 잡아야 한다. 조치가 불가능하면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정보 수집도 제한된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의 사적 대화, 노동3권 행사, 정치적 견해, 종교적·철학적 신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이밖에도 안전과 보건,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 정보 제공, 노무제공자의 권리구제 등에서 노동자대표, 즉 노동조합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윤 소장은 “지침은 플랫폼 노동자의 올바른 고용상 지위의 확인, 알고리즘을 통한 관리와 관련된 권리 행사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 단체교섭권의 행사를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 등을 회원국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전반적으로 노동자와 노동자대표의 권리와 단체교섭권을 강조하는 것이 플랫폼 노동 지침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