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도 은퇴 뒤 빈곤위험에 노출
한국노동연구원 정책세미나
“주된 일자리 고용연장 불가피”
정규직에 종사하더라도 은퇴 이후에는 빈곤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인구학회와 함께 ‘저출산·고령화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2022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55~62세의 노동시장 이행과 빈곤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더라도 은퇴 이후에는 빈곤위험이 증가하는 추이가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60세 전후로 정규직 일자리에서 비정규직·비임금 일자리로 옮겨간 사람들은 빈곤위험이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 일자리 기간이 길었던 집단은 은퇴나 재취업 이후에도 극빈층 진입이 거의 없었다.
이 연구위원은 “정년연장·고용연장 정책은 근로조건이 좋은 주된 일자리의 고용조건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사회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하지만 더 취약한 계층이 직접적 수혜 집단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노령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정년을 연장하는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정년연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이견이 크고 타 연령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 등으로 단기간 내 추가적인 정년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간단계로 일본이나 싱가포르에서 시행하는 의무 재고용 제도 도입이 사회적 대화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년을 그대로 둔 채 의무 재고용을 확대한 일본, 정년과 의무 재고용 연령 사이에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싱가포르를 참고해 한국에 적합한 제도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은 정년연장에 비해 저부담으로 숙련 노동력을 활용하고 근로자는 소득단절 및 빈곤위험을 완화하고 정부는 재정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년의 국민연금 수급 공백기를 활용한 출산 지원 정책’ 발표에서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높은 자녀 양육비용과 자녀 양육에 대한 여성의 기회비용 증가를 꼽고 장년층을 고용해 자녀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 설립을 제안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