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엔 보조금보다 세제·금융지원이 적절”
기재부, 성장률 전망치 상향 검토
연구개발·예타 규제완화 적극추진
최상목 부총리, 기자간담회서 강조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올려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 (전망치) 수정을 검토 중”이라며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지난달 2.9%(전년 동기 대비)로 내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3%대로 튀어 오르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회복지원금 1인당 25만원 지급을 위한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는 거듭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규제 완화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도체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같은 보조금보다는 세제·금융지원이 더 적절하다고도 했다.
◆“GDP 4만달러 현실화” =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조지아를 방문한 최 부총리는 4일(현지시간)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한 것과 관련해 “1분기 GDP(국내총생산)는 여러 가지 일시적 요인도 있지만 그래도 수출이 좋아지는 것 자체가 국내 생산 등 지표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2%)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텐데 저희도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6%로 수정했는데 저희도 그런 부분을 검토하고 있고 (전망치) 수준은 기관마다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2.2%인 전망치를 2.6% 안팎으로 올릴 것이란 취지다.
체감경기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경제도 심리적인 측면이 있어 어떤 지표가 나왔을 때 지표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설명하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경제지표만 놓고 낙관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는 건 절대로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S&P가 한국의 1인당 GDP가 2026년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데 대해선 “1인당 GDP 4만달러는 우리 정부 (임기) 내에서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1인당 GDP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느끼기에 (1인당 GDP가) 4만달러가 넘는 선진국에 가까이 갔다고 공감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물가 관리에 만전”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 대해선 아직 평가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한 8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 탓에 3월까지 누적 법인세가 전년 대비 5조5000억원(22.8%) 감소한 18조7000억원만 걷힌 영향이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어찌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작년 영향을 많이 받는 세목도 있고 올해 나아지는 영향을 받는 세목도 있어 그것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각종 감세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대해선 “어떤 자산이나 소득 규모를 가지고 세제지원 하는 것과 경제주체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세제지원은 나눠서 봐야 한다”며 “가능한 고용이나 투자, 밸류업 등 그런 부분에서 인센티브가 되도록 제도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대로 내린 물가가 다시 3%대로 튀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당초 상반기 전망이 3% 숫자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울퉁불퉁한 경로를 말하는데 다른 나라는 (물가가 2%대로 내리다) 튀어 나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최소한 튀어 나가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지원금 추경엔 회의적 = R&D 예타 폐지와 관련해선 “예타는 주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 하는 것인데 R&D 중에서도 SOC 성격이 있는 것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R&D 예타 제도가 일종의 규제라면 그것을 완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이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봤을 때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경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민생의 어려운 부분을 타깃해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