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에도 경제정책기조 큰 변화 없어…긴축·감세 기조 유지
이르면 내주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 … R&D 예산 복구와 ‘예타 개편’ 거론
저출생 대응 등 구조적 안건도 논의 … “총선 민의 수용해야” 목소리 높아져
정부가 향후 5년간의 재정운용 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5월 중 개최한다. 지난해 예산안에서 삭감됐던 연구개발(R&D)예산의 복구와 예비타당성 조사 규제완화 방안이 주로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저출생 문제를 포함해 민생과 역동경제 등도 현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건전재정’과 ‘부자감세’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제정책 기조 부문에서도 총선 참패에서 나타난 민의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재정운용 방향 논의 =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해 내년도 정부 예산 운용 방향과 2028년까지 향후 5년간의 중기 재정운용 관련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재정 분야의 최고위급 의사 결정 회의로, 재정 정책과 투자 방향, 지출구조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기조로 한 예산안 편성 지침을 공개한 바 있다.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내년에도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되, △R&D 예산 △저출생 대응 △지역·필수의료 등 중점 분야에 대해서는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R&D 예산은 지난해부터 윤 대통령의 삭감 언급 등에 이어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됐다.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계 카르텔’ 언급 이후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15% 삭감된 26조5000억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하지만 반년여 만에 재차 증액과 원상복구가 거론되는 등 잡음이 이어져왔다. 이에 따라 내년 R&D예산은 평년 수준인 30조원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에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기준을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을 넘어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예타를 전면 폐지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예타의 전면 폐지가 아닌, 기술별로 선별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생토론회 240개 정책과제 추린다 = 아울러 저출생 대응과 필수의료, ‘역동경제’를 위한 사회이동성 대책 등에 대한 전반적인 기조도 논의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저고위)의 저출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관련 세제와 예산 등을 손질할 곳이 많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부는 저출생 대응 예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 항목을 분류에서 제외하고 보육 관련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부총리가 최근 직접 언급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위한 재정 운용방향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월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240개 과제 중 현실 가능한 과제들도 이번 회의에서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기업들의 실적 부진 여파로 법인세가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5조6000억원 줄어드는 등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전재정이라는 원칙을 준수하되, 필요한 부분에 한해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의 감세와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할 경우, 경제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은 결국 기존 경제정책의 일대전환을 요구하는 ‘민의의 결과’로 풀이될 수밖에 없어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