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장려금 받고 해고 ‘부당’
법원 “합의 따른 계약 종료 단정 못해”
근로계약서를 형식적으로 써 내 코로나 장려금을 타낸 회사가 부당해고로 수개월치 임금을 물어주게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버스운송회사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22년 5월 버스 기사로 일하던 B씨에게 같은 해 6월 근로계약을 끝내겠다고 통보했다.
A사가 B씨와 작성한 1차 근로계약서에는 계약 기간이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로 돼 있었으나 양측은 2022년 1월에 2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 기간을 2022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B씨는 2차 근로계약서에 따라 아직 근로 기간이 남았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A사는 이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결과가 달라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A사는 법정에서 “2차 근로계약서는 경기도의 코로나19 장려금 수령을 위해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 B씨와의 근로계약 기간을 연장·변경한 것이 아니다”라며 “B씨가 근무 평가 결과·부적격 결정을 통보받고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다른 운수회사에 입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22년 6월 A사가 B씨를 부당해고한 것이 맞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A사가 B씨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면서 “B씨는 근로계약 종료를 A사와 합의하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가 B씨와의 2차 근로계약서에 2022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근로 기간을 명시했고, 회사가 계약서대로 인상된 월급을 지급했다”면서 “계약 자체를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사는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다”면서 “징계위원회 의결도 없었으므로 절차적으로도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