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 이어 ‘도이치’ 검찰수사 속도낼까
처벌 가능성 낮아 ‘특검방어용’ 관측에도
김건희 여사 다른 의혹으로 관심 증폭
이원석 “증거·법리 따라 신속 수사” 강조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처벌 가능성이 적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통해 정치권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을 피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검찰이 김 여사 수사에 착수하면서 다른 의혹들로 관심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주례 정기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수사팀은 특별수사 담당인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3부, 범죄수익환수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각 1명씩 3명의 검사를 파견받는 등 수사인력을 보강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우선 오는 9일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제공한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를 주거침입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측을 불러 조사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도 이날 고발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백 대표측이 조사일 연기를 요청해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13일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선물받았다고 폭로하며 실제 김 여사가 가방을 전달받는 영상을 공개한 곳이다.
이후 서울의소리측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지만 5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다 총선에서 야당이 대승을 거두고 김 여사 특검 추진을 공언하는 가운데 검찰이 뒤늦게 수사를 본격화하자 그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로 김 여사가 연루된 다른 의혹을 가리려한다는 것이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직무와 관련해 명품가방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수사를 갑자기 추진하는 저의가 김 여사를 보호하려는 ‘약속대련’을 위해서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척하며 다른 의혹들은 얼렁뚱땅 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디올백 수사를 세게 하는 척 하면서 국민이 검찰의 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 의혹) 수사 방기를 잊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가 이어지면서 역설적으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관심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의혹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일당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김 여사와 그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권 전 회장 등은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 계좌 최소 3개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이 인정됐지만 검찰은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하지도, 그렇다고 무혐의 처분하지도 않은 채 2심 상황을 지켜보며 수사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해왔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검찰이 두 사건을 동시에 조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여러 차례 부르기가 부담스러운 만큼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같이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아직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며 “그동안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검토해왔고, 이제 총선이 끝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줄어든 만큼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장은 7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또 처분할 것”이라며 “수사경과와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특검 방어용’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추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일선 수사팀에서 수사하는 것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구본홍 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