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력 커진 여당·검찰, 고심 커지는 윤 대통령
여당 친윤 약화, 대오균열 전망 … 검 ‘명품백’ 수사
권력누수 저지, 가족보호, 야당 공세 방어 ‘삼중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이 깊다. 총선참패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친정’ 격인 여당과 검찰 모두 원심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모습이다. 야권의 국정기조 전환 압박을 비롯해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논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촉각이 모인다.
◆여·검 ‘디커플링’ 우려 가시화 = 윤 대통령은 ‘삼중고’에 빠졌다. 권력누수를 막고, 가족(김건희 여사)을 보호하면서 야당 공세 방어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권력누수 우려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아군으로 여겼던 여당과 검찰 모두 ‘각자도생’의 기로에 섰다. 이로 인해 나머지 두 숙제도 난맥상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직후 친윤색채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당장 단독 입후보까지 점쳐졌던 ‘친윤핵심’ 이철규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색 옅은 송석준·이종배·추경호 의원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21대 국회 내내 여소야대 파고에 시달렸던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더 강해진 야권을, 더 약해진 전열로 맞이하게 됐다. ‘채 상병 특검’ 등에 대한 재의결을 처음엔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더불어민주당의 재의결 시도가 거듭되면 이탈표 증가를 목도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내 비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의 ‘디커플링’ 주장이 분출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검찰 쪽도 기류가 심상치 않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논란 사건 전담팀을 꾸리고 고발인 소환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 사건 자체는 ‘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후 도래하게 될 ‘특검 정국’을 앞두고 ‘봐주기 수사’ 비판을 불식시킬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게 됐다. 별도로 진행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7일 “김 여사 사건에 대해 봐주기 의혹을 털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경우 관련자들은 특검 과정에서 어떤 후과를 맞게 될지 모른다”며 “그런 경우 보통 검찰은 윗선보다 조직 논리에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상담화’ 후 브리핑룸 질의응답 =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 확보 여부는 오는 9일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서 점쳐질 것으로 보인다. 등돌린 민심을 다시 돌려세우는 게 일차 과제인 만큼 기자회견에서는 ‘쌍방소통’하는 면모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김수경 대변인은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9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며 “기자회견에 앞서 집무실에서 먼저 영상을 통해 지난 2년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앞으로 3년 국정 운영 계획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별도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종 원고를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전 10시쯤 모두발언 격으로 국정 운영 기조와 계획을 국민에게 직접 먼저 설명한 뒤에 회견장으로 이동, 기자들과 약 1시간가량 질의응답을 이어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룸에서는 질의응답에만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언론과 소통 접점을 넓히겠다고 했고, 국민이 알고 싶어 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 드리는 취지”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민이 정말 궁금해할 질문에 대해 준비하자”고 언급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가능한 모든 주제에 대해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회견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응답에서 주제와 시간제한은 두지 않되, 현장에서 사회자가 여러 매체의 질문을 분배해서 받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에 직접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최대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우선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 법리상 문제점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특검법의 문제점을 짚은 뒤, 정부로 법안이 이송되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 가방 논란과 관련해서는 최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점을 들어 야당의 특검공세를 방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밖에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여부, 민정수석실 부활에 대한 사정기관 장악 우려 등에 대해서도 대답을 해야 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