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벼랑끝,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대구 피해자 8번째 사망
대책위, 국회서 대책 촉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를 추모하며 또 다른 사망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와 여당에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한 분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며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대로 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대구 대책위에서 활동하던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 A씨가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결혼해 자녀를 둔 A씨는 2019년 보증금 8400만원에 다가구 임차계약을 했다가 전세사기를 당했다. A씨는 다가구 후순위인 데다 소액임차인에도 해당되지 않아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A씨는 그러다 지난달 9일 경매개시결정이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의신청을 준비하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망 당일에도 월세를 요구하는 독촉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위는 A씨가 유서에 “서민은 살기 힘든 나라, 부자는 살기 좋은 나라, 나는 도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기댈 수 있는가”라는 내용을 남겼다고 전했다.
정태운 대구 대책위원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지난해 봄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 대전에서 7명의 희생자가 몇 개월 만에 나타났다”며 “만약 선구제 후회수가 됐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수십번 기자회견을 했지만 여당과 국토교통부는 방치만 하고 있다”며 “고인 같이 힘든 피해자들이 많은데 그 분들을 위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특별법 개정을 방해해 온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전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반쪽짜리 특별법의 금융지원대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매입 등 피해자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