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정의달 이벤트 풍성…점포는 줄여 어르신 접근 제약
최근 7년 만에 1천개 감소
신임 금노위원장 "증설해야"
은행권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어르신과 가정주부 등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점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되면서 지역내 영업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감소하고, 비용 문제 등 불가피한 점도 있다고 하지만 금융약자의 접급권이 갈수록 제한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7년 만에 일반은행의 점포수는 1000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 등 특수은행을 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전국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390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3958개) 대비 53곳 감소했고, 2017년 말(4926개)에 비해서는 1021개(20.7%) 감소했다. 최근 7년 사이 은행 점포 다섯 곳 가운데 한 곳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5년간 20% 이상 점포를 줄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2826개로 2022년(2883개) 대비 57곳이 줄었고, 2018년(3563개)에 비해서는 737곳(20.6%)이 줄었다. 일반은행의 점포수 감소 속도보다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셈이다. NH농협은행 등이 농어촌지역에서도 가급적 점포를 줄이지 않는 것에 비해 시중은행은 상대적으로 과감한 영업점 폐쇄를 단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4대 시중은행은 일반 점포를 줄이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이 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프라이빗뱅킹(PB)은 늘리는 추세이다. 이들 4대 은행의 PB센터는 2018년 75곳에서 지난해 말 88곳으로 늘었다.
PB센터는 일반적으로 금융자산 3억원 이상 보유한 부유층을 대상으로 각종 자산운용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설치한 점포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권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반 점포를 줄이고, PB센터 등을 늘리는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은행권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점의 일방적 폐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4일 당선된 윤석구 금융노조 신임위원장도 공약을 통해 은행 점포 증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점포 감소는 어르신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이 제한받는다”며 “이제 점포 폐쇄가 아니라 점포 증설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은 어버이날 등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어버이날을 맞아 지난 4일 인천 구월동에 있는 ‘신한 학이재’에서 어르신 30여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교육을 통해 △은행 자동화기기와 모바일 금융앱 체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캠페인 △디지털 금융 상식퀴즈 등의 체험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8일 ‘가정의 달, 함께하면 더 달달해’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번 행사를 통해 각종 우대금리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여행 지원금과 외식 상품권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달달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