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민심 청취’ 약속, 커지는 ‘사정 장악’ 우려
“민심 컨트롤타워 필요” “소통스타일 바꿔야”
‘채 상병 사건’ 관여 의혹 비서관 교체 눈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민정수석실 복원 및 수석임명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민심 청취’를 강조하며 이른바 ‘사정기관 장악’ 우려와는 선을 그었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민심 청취 기능 강화는 일단 필요하지만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대통령실 근무경력이 있는 정부 관계자는 8일 “민심은 바꿔 말하면 민원”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실은 사회 전 분야에서 쇄도하는 민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산발적인 국민의 목소리를 대통령이 직접 접하고 챙기다 보니 주관적 판단에 치우쳤을 수 있다”며 “민정수석이 사회 여러 부문의 동향과 요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면 보다 정확한 민심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민심청취 기능을 회복해도 윤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그대로여선 도루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내부 회의 때도 자신의 발언에 소요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 참모들이 소신 있게 의견을 내기 힘들다”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 민정수석 복원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민정수석실 인선은 민심청취보다 사정기관 장악 및 사법리스크 대응에 더 적합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앞서 7일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한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 직속이던 기존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하고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했다.
민정비서관에는 이동옥 행정안전부 대변인이,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내정됐다.
김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8기로 박성재(17기) 법무부 장관보다는 한 기수 후배,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아홉기수 선배다. 사정기관 장악 우려를 덜기 위해 민정수석의 연수원 기수를 검찰총장 기수보다 아래로 해 온 관례가 깨졌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 총장이 윤 대통령 및 박 장관과 불편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터라 사소하게 넘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비서관의 ‘조용한 바통터치’다. 이시원 비서관은 ‘채 상병 사건’ 외압의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과정에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내역이 발견된 바 있다. 야권에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