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의 받들겠다"더니 정작 정책기조 변화는 '글쎄요'
부자감세·긴축재정 정부 경제정책 핵심기조 바꿀 조짐 안보여
오늘 민생안정지원단 출범 … “정책은 좋은데 체감 낮아 문제?”
전체의석 300석 가운데 집권여당 108석. 집권 2년차 총선 가운데 사상 최대의 여당 참패. 한 달 전 4.10 총선 결과다. 충격에 빠진 여권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국민의 뜻을 받들려면 국민생활과 직결된 경제정책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8일 현재 경제정책 기조변화는 눈을 씻어도 찾기 힘들다. 오히려 기존 부자감세·긴축재정에 속도를 낼 기세다. “정책은 좋은데, 국민들이 체감을 못해서 문제”란 식의 진단인 셈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기조 변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임시방편적 정책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 경제구조 개혁 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기조 전환 안보여 = 정부는 이날 오전 범부처 민생안정지원단을 발족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범부처 ‘민생안정 지원단’을 신설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국민의 관점에서 밀착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그러면서 “경제지표상 회복 흐름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이 공감해야 진짜 회복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민생경제 회복에 정책역량을 결집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정책 방향도 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민생안정지원단은 총선 뒤 범부처 차원에서 발족한 첫 정책조직이다. 하지만 조직 발족 취지나 향후 정책과제를 보면 ‘경제정책기조 변화’와는 무관하다.
조만간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주로 미시적 정책조정 정도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발표한 예산편성지침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기재부 안팎의 관측이다.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내년에도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되, △R&D 예산 △저출생 대응 △지역·필수의료 등 중점 분야에 대해서는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부터 바꿔라" 여론 커진다 = 하지만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서는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압도적 과반을 차지한 야당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1%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 절반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 사흘간 국내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특히 현 정부의 조세정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62%에 이르렀다. 국민 3명 중 2명은 ‘정부의 세금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평과세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불과 19% 였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대표적 경제정책에도 부정응답이 2배 가까이 많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서는 55%가 부정적이었다.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1%에 머물렀다.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도 부정응답이 55%로 과반을 넘었고 긍정응답은 29%에 그쳤다.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야당 주도 입법→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의결’의 악순환만 반복할 우려도 있다.
김대규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서 변호사는 “정부가 총선 민의를 수용하겠다는 말의 취지는 결국 구체적인 정책변화를 보여주겠다는 대국민약속”이라며 "약속이행은 빠를수록 좋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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