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문우진 인하대 기계공학과 (경기 배곧고)
전액 장학생 비결? 공학도 잠재력 보여준 면접!
고등학교 시절 우진씨의 눈은 일상에서도 탐구할 주제를 찾아다니느라 항상 반짝이곤 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다양한 탐구 활동도 했지만 시험을 볼 때마다 불안감이 심해져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제한된 시간에 빠른 속도로 풀어야 하는 수학·과학 시험의 아쉬움이 컸다. 대신 면접에서 매번 공들인 주제 탐색부터 실험 활동, 이론 공부까지 심도 있는 탐구 경험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인하대 기계공학과에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문우진씨의 수시 합격 비결이다.
남이 아닌 ‘내가’ 흥미로운 탐구 주제 선택
우진씨는 고1 때부터 ‘어떤 활동을 해야 기계공학자를 꿈꿔온 것을 알아줄까?’ 끊임없이 생각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고 과학도서도 즐겨 읽은 점이 탐구 주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실제 학생부 곳곳에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고1 때는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시’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인데 글로 쓰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됐어요. 생각이 글로 구체화됐고 문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 습관을 바탕으로 탐구 활동 주제를 찾다 보니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듯해 보이거나 남이 많이 하는 주제가 아니라 제가 흥미 있는 주제를 골랐죠. 그러지 않으면 실험 과정이 즐거울 것 같지 않았거든요.”
고민 끝에 기계공학과 교육과정에 있는 유체 역학과 관련된 ‘베르누이의 정리’를 활용한 비행기 설계를 탐구 활동 주제로 선정했다. ‘베르누이의 정리’는 유체가 흐르는 속도와 압력, 높이의 관계를 나타낸 법칙이다. 다만 대학에서 배우는 유체 역학 수준의 비행기를 만들기에는 기초 지식이 부족했다.
“유체 역학에 대한 기본을 익히면서 탐구 보고서를 썼어요. 덕분에 유체 역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면접에서도 유체 역학 탐구 활동을 물어본 교수님이 있었을 만큼 주제 선정을 잘했다고 생각해요. 2학년 자율 활동 시간에는 유체 역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물질의 점성도에 따른 층류 유동’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연구 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3학년 때는 이를 응용해 ‘서멀 그리스(Thermal Grease, 열을 전달하는 유체 물질)’ 탐구 활동을 했고요. 일상에서 컴퓨터 CPU 발열 제어의 핵심 물질인 서멀 그리스를 대체할 만한 물질을 찾아봤어요.”
CPU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로 사용자로부터 입력된 명령어를 해석해 연산한 후 결과를 출력하는 컴퓨터의 두뇌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CPU 위에 쿨러를 결합하는데 높은 열전도율의 서멀 그리스를 CPU와 쿨러 사이에 채워 발열을 제어한다.
“컴퓨터 본체에서 기존 서멀 그리스를 휴지로 닦아내고 핸드크림, 마요네즈, 케첩 등을 사용했을 때의 CPU 온도를 측정해 물질의 열 전도성과 발열 제어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봤어요. 점성도가 높은 물질일수록 발열 제어가 뛰어났어요. 다만 케첩, 마요네즈로 실험해보니 한 곳으로 뭉치면서 분리되고 기포도 발생했어요. 실험했던 물질을 서멀 그리스 대신 오랫동안 사용한다면 CPU의 고장을 일으킬 수 있겠더라고요.”
고2 때는 ‘물질의 점성도에 따른 층류 유동’을 통해 점성이 다른 물질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탐구했다. 물감을 넣었더니 물은 입자가 불규칙하게 이동하며 물엿과 꿀은 층류 유동(유체가 층을 이루며 거의 섞이지 않는 형태)을 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1 때부터 고3 때까지 점차적으로 깊게 다룬 유체 역학 내용이 학생부에 담기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면접에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제가 다녔던 학교가 과학중점학교였던 점도 유효했어요.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까지 모두 과탐 여덟 과목을 이수했어요.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까지 필수 이수였는데 과탐은 차치하더라도 수학 세 과목을 모두 이수하는 학교는 별로 없더라고요. 선생님이 선택형 교육과정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종합전형 합격률이 높아졌다고 하셨어요.”
꼼꼼한 탐구 보고서 복기로 면접 관문 넘어
시험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진 않았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강조하는 부분은 무조건 다 기록하고 백지에 써보는 방식 등으로 공부했다.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만큼 불안한 마음도 컸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다룬 부분에서 중점적으로 문제를 출제하셨기 때문에 학원에 의존하기보다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했어요.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불안함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진씨는 인하대 기계공학과에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합격 비결로 ‘면접’을 꼽는다.
“면접에서 고등학교 활동을 공학자의 역량과 가치와 연관해 설명했던 부분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고 학생부에 담지 못한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거든요. 만족하는 교수님의 표정을 읽으면서 안도했어요. 탐구 활동 주제를 찾을 때부터 많이 고민했고 제가 정말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런 면접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시 원서를 접수하고 난 후 10월부터 면접을 위해 학생부를 다시 꼼꼼히 읽었어요. 일일이 밑줄을 그으며 면접관이 질문할 만한 내용을 정리하고 그동안 작성했던 탐구 보고서를 다시 읽으면서 기억이 흐릿해진 부분은 암기했어요. 학교에서 운영했던 면접반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면접 예상 문제를 준비하면 선생님이 그걸 토대로 질문하거나 추가 질문도 해주셨어요. 모의 면접을 잘 준비했기 때문에 실제 면접에서 떨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어요.”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