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저, 아시아 통화전쟁 촉발하나
엔화 추가약세가 방아쇠
중국 위안화 관리가 핵심
엔화약세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인 평가절하에 나서는 통화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엔화의 불안정한 폭락은 일본의 이웃국가들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만드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일본과 수출을 경쟁하는 한국과 대만, 중국 등이 환율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아시아·태평양 시장책임자인 헨리 퀙은 “경쟁적 평가절하라는 말을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엔화가 약세를 지속할 경우 이웃나라들의 경쟁적인 평가절하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달러 대비 자국통화를 적극 부양하고 있지만,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위안화 대비 엔화가치는 199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 원화 대비로는 2008년 이후 가장 약했고, 대만달러 대비로는 3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캐나다은행 매뉴라이프 투자운용의 박기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경쟁적인 평가절하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아르준 비즈는 “가장 직접적으로는 심각한 엔화 약세가 원화와 대만달러 같은 다른 아시아 통화의 가치를 함께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ANZ그룹홀딩스의 아시아리서치 책임자인 쿤 고는 “엔화가치가 반등할 때까지는 원화와 대만달러가 한국과 대만의 인공지능(AI) 투자호황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뉴라이프의 박기수 매니저는 “엔화가 달러당 170~180엔대로 하락하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신흥국 전반의 통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리가 낮은 곳에서 차입해 금리가 높은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딩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강세로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현지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은 철수해야 할 것”이라며 “신흥국시장 전체가 폭락하고 이는 리스크오프(안전자산으로 이동) 상황을 부를 수 있다. 즉 미국채가 상승하고 주식 매도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중국이 초엔저 지속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냐는 것이다. 중국이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극단적 조치를 단행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위스 PB전문은행 롬바르 오디에의 아시아태평양 최고투자책임자인 존 우즈는“심각한 엔화약세로 중국이 상대적인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우리가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