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9번·권한대행 2번…‘다사다난’ 윤재옥
13개월 만에 원내대표 퇴임
9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다사다난’한 13개월을 보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퇴임한다.
윤 원내대표는 소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9번의 대통령 거부권 정국을 헤쳐나간 것은 물론 당내에선 당대표 권한대행을 2번 맡으며 어지러운 당 상황도 수습해야 했다. 전날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다사다난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한해였고, 제 생애 가장 힘든 한해였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일성으로 외쳤던 ‘의회정치 복원’이 쉽지 않았던 지난 1년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그는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 예외적 상황에서 쓰여져야 할 예외적 수단이 반복적으로 행사됐다”면서 “정치와 협치가 질식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원내대표 임기 동안 21대 국회는 거대 야당의 단독 법안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양상이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법 3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통과 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윤 원내대표는 “(거부권 정국에서) 의원들을 모으고 당의 입장에 따라 표결을 부탁드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소수 여당의 원내대표직에 대해 “전생에 죄가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위로하시더라”면서 “야당 원내대표를 만나면 고개 한번 제대로 못들고 사정하고, 의장한테도 늘 사정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만 마지막에 여야 합의 통과된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이 법만큼은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재의요구권 행사 이후에도 누차에 걸쳐서 말씀드렸다”면서 “영수회담 이후 (합의)처리할 수 있게 된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당내 상황도 어느 때보다 어수선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기현 전 대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을 연거푸 맡아 지도부 공백을 묵묵히 채워야했다.
선거 과정에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지만 수도권 상황에 맞지 않는 현수막을 내려보냈다가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윤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큰 패배를 당한 것은 큰 충격과 실망”이라면서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기 그지 없다. 국민만 바라보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국회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이종배(4선·충북 충주) 추경호(3선·대구 달성) 송석준(3선·경기 이천) 의원의 3파전이다. 전날 열린 정견발표회에서 이 의원은 옅은 계파색과 충청도 출신의 중도 확장성을, 추 의원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서 정책 전문성과 건강한 당정체계 구축을, 송 의원은 수도권에서 3선을 이룬 경쟁력과 수도권 민심 수용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