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아내 현명치 못한 처신 사과” … 특검은 거부
채 상병 특검법에 “수사·사법절차 일단 지켜봐야”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복지·시장정책 하나로”
임기 2년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먼저 저와 정부부터, 바꿀 것을 바꾸고 국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수사·사법절차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며 재의요구 의지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1년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논란 수사 및 특검법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공수처 이런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채 상병 순직은) 안타깝고 참 가슴아픈 일”이라면서 “(공수처 수사 후에도)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라고 하시면은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며 “일단은 특검의 취지를 우리가 보더라도 진행 중인 이런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좀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그런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우리가 일단은 좀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저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집무실 국민보고에서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중산층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이를 위해 복지정책과 시장정책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민생을 위해 일을 더 잘하려면, 국회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 여야 정당과 소통을 늘리고 민생 분야 협업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야당도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언급하며 “시급하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우리에게는 ‘하이타임(무르익은 때)’”이라며 “우리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고 외교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이 중요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