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손톱만으로도 싸우겠다”
바이든 ‘무기지원 중단’ 경고에 정면 반박 … 이스라엘군 “라파 공격 위한 탄약 확보”
네타냐후 총리는 9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미 말했듯 만약 해야 한다면 우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손톱 이외에 많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신의 힘과 신의 가호로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지난 4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념일 연설 영상 일부를 게시했다. 영상에는 그가 “오늘 또다시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결심한 적들과 맞서고 있다.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그 어떤 압력이나 국제사회의 결정도 우리를 지키려는 이스라엘을 막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이 홀로 서도록 강요받는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 세계의 수 없이 많은 올바른 이가 우리의 대의를 지지한다. 우리는 집단학살을 저지른 적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다짐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라파 작전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전몰장병 추념일 행사에서 “나는 적들과 최고의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숨죽여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일어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하마스를 때리고 헤즈볼라를 붕괴시키며 안보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하고 홀로코스트 기념일에 썼던 ‘두 번 다시는’(Never Again)이라는 명령을 기억할 것”이라며 “이는 나에게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실행 계획이다. 국방 당국과 군은 이 원칙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라파 공격을 포함해 계획된 작전을 모두 수행할 만큼의 탄약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라파 지상전에 대해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며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비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시 내각에 그들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진입하면 우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말했다”며 “우리는 무기 선적을 보류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 중단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일부 실행에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과 태도에 대한 국제사회와 미국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9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수 주 동안 직접·반복적으로 라파 전면전을 지지하지 않으며, 다른 대안을 제시해 왔다”며 “라파 전면전 시 무기 지원 중단 방침은 이스라엘 정부도 이해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지만,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작전에 사용되는 특정 무기들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분명하며, 이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일관돼 왔다”고 강조했다.
여론 악화가 부담스럽지만 이스라엘과 완전히 결별할 수도 없는 미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라파 지상전을 최대한 저지하면서 휴전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무기지원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까지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은 아직 그 같은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은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스라엘이 그렇게 한다면 이는 이스라엘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연정은 안보내각과 전시내각 회의를 잇따라 열어 미국의 무기공급 중단 경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하욤이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필사적으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진심이었다”고 전했다.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파 지상전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동맹관계 역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