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2년 노동사회정책
“노사관계 악화, 노조활동 위축, 사회적 대화 실종”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5개 단체 토론회 …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구호만, 근본적인 개선의지 없었다”
윤석열정부가 2년 동안 펼친 노동사회정책에 대해 사용자 지향적이면서 노동자를 배제해 제대로 된 노동정책이 전무했고 오히려 노사관계는 악화됐고 노동조합은 위축됐으며 사회적 대화는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동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4.10 총선결과에 대해 “민심은 사회 대전환을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사회경제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5개 단체는 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정부 2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윤 정부 2년 동안의 노동사회정책을 짚어보고 경제와 민생 위기, 기후위기, 저출생·고령화 위기 등을 헤쳐 나가기 위한 사회 대전환과 실효성 있는 정책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윤 정부 2년 노사관계 정책이 전반적으로 사용자 지향적이고 노동자를 배제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은 초기부터 친사용자 중심의 거시경제정책과 궤를 같이했다”면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긴축정책 기조 하에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노조활동을 관리·통제하고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정책으로 노동자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구호에만 머물러 근본적인 개선 의지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가 고착화돼 노동시장이 사실상 2개로 나뉜 것을 말한다.
●윤 정부 2년, 임금노동자 실질임금 하락 = 윤 정부는 틈만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윤 정부 2년간 전체 임금노동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와 임금결정현황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산업 평균 4.9%였던 임금노동자 임금인상률은 2023년에는 2.5%로 하락했다.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에만 해당되는 협약임금 인상률 4.7%(2022년), 4.2%(2023년)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률 5.1%, 5.0%는 물론, 소비자물가상승률인 5.9%, 3.6%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정규직 임금도 문재인정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문 정부의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은 2016년 대비 2021년 20%p로 정규직 임금인상률 12.4%p보다 7.6%p나 높았다. 윤 정부 2년 동안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이 높았으나 그 격차는 3.2%p에 그쳤다.
고용부가 발표한 2022년 노조조직률은 13.1%로 2020~2021년(14.2%)보다 떨어졌다. 비정규직 노조조직률도 2022년 8월 기준 3.1%에서 2023년 8월 2.8%로 하락했다.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 증가는 문 정부(2016~2021년)때 11.52%로 가장 높았으나 지난 2년(2021~2023년)은 2.15%에 그쳐 박근혜정부(2.37%)보다도 낮았다.
박 연구위원은 “노사법치주의를 내세운 윤 정부의 노조활동 통제·개입 정책으로 노사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노조활동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정부의 정책기조와 노사관계에 접근하는 기본방침으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한 주 69시간근로시간 개편안과 임금체계 개선 권고 △무조건적인 공공기관 혁신안 추진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과 통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약화 시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사회적 대화에 대한 무성의함 등을 꼽았다.
이런 이유로 박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노동계를 개혁 대상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를 노사관계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됐던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원·하청 상생협약에서도 노조의 참여는 배제됐다.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배치 =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현 정부의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해 “이는 현재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책 수단”이라며 “오히려 노동시장에서 주변부를 확대하고 근로조건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비중이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파견업종 확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노동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며 노동력 부족시대에 고용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과는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이 증가했지만 2023년부터 투자와 생산 둔화로 고용증가세가 둔화됐다”면서 “저출산 고령화에 다른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력 공급 제약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외국인력 활용 정책 논의는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고 내국인 비경제활동인구 참여 확대 정책도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소득 비정규직·여성·청년 정책 실종 = 토론에 나선 남우근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언급하지만 실질적 정책은 없었다”면서 “전반적으로 기업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방향을 견지했고 현상적으로 조직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은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중단, 건설노조 탄압 등 비정규직 중에서도 조직노동자 공격 양상이었다”고 덧붙였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는 윤 정부의 여성노동정책에 대해 “정부가 여성노동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인력활용 문제로 바라보고 노동시장의 불평등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불평등한 노동시장 개혁, 성평등 확대 없이는 저출산·고령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과제인 ‘성별근로공시제’는 민간 부문 공시를 내년도에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현 정부의 청년정책에 대해 “중앙 청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며 중앙정부 중간지원조직을 설립해야 한다”면서 “중간지원조직의 경우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연계해야 하고 청년층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고 장기적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공기관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중앙 청년지원센터를 민간위탁한 점은 폐착”이라며 “청년정책 전달체계도 중추적 역할은 공공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면서 “청년 일경험 사업이나 심지어 중앙정부 청년정책의 중간지원 조직 역시 민간위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며 “‘청년 맞춤형 취업지원’에서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의 욕구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여전히 40~50% 차지 = 2022년 대비 2023년 사망사고만인율은 줄었지만 실제적으로는 건설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이 악화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으로 산재 대상이 되는 분모가 늘었고 이번에 감소된 수치 또한 직전 통계(2021년) 수준이라는 점, 지난해 건설업 가동률이 기존 대비 30% 줄어 건설노동자 투입률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여전히 건설업에서 사고사망자의 40~50%를 차지하는 것은 노동안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등을 개악 퇴행 시키려는 것은 건설노동자의 사망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윤 정권은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 탄압을 지속했고 중대재해법 확대적용 유예 시도,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노조탄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악 등 노동개악과 노조탄압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 등 조직된 노동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각종위원회를 꾸렸지만 이들의 연구결과는 서랍 속에 넣어둔 채 발표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철 연구위원은 “정부가 노조운영에 개입해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정책을 중지하고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노조 조직화를 지원해야 이중구조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플랫폼 노동자·특수형태근로자 등 근로형태 다양화에 대한 대응, 산업안전·산재예방 강화, 중대재해법 적용 강화 등을 제안했다.
●재정정책도 실패, 총선결과 부자감세 심판 =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노동정책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안정세로 보인다. 3월 기준 3.1%로 2023년 11월 3.3%로 하락한 뒤 3%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착시라는 지적이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시각적으로 물가상승이 둔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2022년 물가가 많이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에 기인하며 정부는 실제 물가부담을 과소평가한다”며 “치솟는 물가는 실질임금 하락과 더불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도시가구 대상 소득 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가 코로나19 시기보다 악화했다. 2020년 1분기부터2022년 1분기까지 최하위 소득분위와 최상위 소득분위 간 월 평균 소득격차는 492만원이었는데, 해당 수치가 2022년 2분기에서 2023년 4분기에는 518만원으로 벌어졌다.
윤 정부의 재정정책 실패로 재정의 책임성 원칙이 방기됐고 재정건전성마자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재정운용은 건전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한 지출 효율화와 공공부문 효율화, 민간역량 활용 등이다. 정부는 2022년과 2023년에는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감세, 주식양도소득세 기준 상향 등 주로 고소득 금융자산가를 위한 세재개편을 단행했다.
나 교수는 “그 결과 2023년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초래했고 감세는 복지지출 삭감 같은 긴축재정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국회에서 지출이 승인된 2023년 예산 가운데 사용하지 않아 40조원 이상이 불용 처리됐다.
나 교수는 “4월 총선 결과로 부자감세에 대한 국민적 심판 의지가 확인됐다”며 “부자감세를 되돌려 원래 상태로 환원시킬 것을 요구하고 22대 국회에서 횡재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확대 같은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 등을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