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환각’ 차량사고 잇따라
양재대로서 역주행 6중 추돌
마약 후 교통범죄 비중 높아
경찰이 마약에 취해 차량을 몰다 사고를 낸 운전자를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마약 교통사고도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도로에서 역주행하다 차량 6대를 들이받은 40대 남성 A씨를 도로교통법·마약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일 오전 10시 20분쯤 양재대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들을 차례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사고 후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경찰이 마약 간이 검사를 한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발작 증세도 보인 A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당시 사고 차는 천천히 운행하고 있어 상대 차량을 정면충돌하지 않았고 크게 다친 사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안정되는 대로 진술을 듣고, 모발 정밀검사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강남에서는 마약에 취해 2차 교통사고를 낸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11월에는 포르쉐 차량을 운전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정신을 잃은 30대가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마약 전과가 있는 이 남성 집에서는 마약이 담겼던 것으로 보이는 지퍼백 100여개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강남구 도곡로에서 승용차를 몰다 역주행해 인도의 전봇대를 들이받은 20대 운전자가 대마 양성반응이 나와 입건된 바 있다.
같은 해 8월에는 압구정에서 마약류 투약 후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롤스로이스를 운전해 20대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해 시민 공분을 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는 2021년 230건에서 2022년 214건을 보였다. 이중 교통범죄는 2021년 67건, 2022년 66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교통사고 통계를 별도로 내고 있지는 않다”면서 “일주일에 한 두건은 ‘마약 운전 같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통경찰은 “의심이 가는 경우 음주측정뿐 아니라 마약검사도 하고 있다”며 “특히 도산대로에서의 사고는 주의 깊게 살핀다”고 밝혔다.
검찰도 마약류 투약 상태에서의 2차 범죄를 지적하며 “투약자 개인의 중독을 넘어 2차 범죄로 이어져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