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기업,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
전년 대비 도요타 2배, 미쓰비시 70% 증가
판매증가에 엔저효과 겹쳐 … “중기로 환원”
지난해 일본 제조기업의 순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과 판매가 늘어나고 초엔저에 따라 자동차와 기계 등의 수출기업이 환차익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관련 중소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도쿄증권거래소 프리미엄시장에 상장된 17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14조8000억엔(약 130조2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기업의 이러한 실적은 비제조업 순이익이 전년 대비 7% 증가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앞선 수치이다.
제조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6.7%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가격인상 및 판매 증가, 엔저 등의 효과가 순이익을 끌어올렸다”면서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종의 실적 증가가 눈에 띈다. 글로벌 생산과 판매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2023년4월~2024년3월 회계연도) 4조9449억엔(약 43조5000억원) 순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101.7%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도요타는 8일 발표한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도 5조3529억엔(약 4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4%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이 연간 영업이익 5조엔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의 역대급 실적은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HV)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던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계부문에서도 고마츠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고마츠는 지난해 3934억엔(약 3조4600억원)의 순익을 거둬 전년보다 21% 늘었다. 특히 건설관련 기계의 가격인상에도 판매가 호조를 보여 1300억엔 이상 순익을 올린 것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초엔저에 따른 환차익 효과도 상당했다. 지난해 평균 엔·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달러당 10엔 가량 상승하면서 엔화 환산 수익성이 그만큼 개선됐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달러당 1엔 상승하면 주요기업의 순익은 약 0.4%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주요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관련 중소기업에도 선순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특성상 각종 부품과 소재 관련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스다 히카루 SMBC닛쿄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제조 대기업의 실적 개선은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협력업체의 비용상승 부담을 지원하기 위한 명목으로 3000억엔을 추가로 책정했다. 도요타는 이를 통해 하청업체가 임금인상과 업무의 디지털화 등에 사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대기업도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쿠나리 무네아키 니콘 사장은 “수익을 종업원에 환원해 소비를 자극하는 게 좋다”면서 “아울러 협력회사에 적절하게 지급한다면 일본 경제는 좋은 방향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