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감세정책 기조유지” 확인…총선 민의 외면하나
기자회견서 ‘부동산·주식 감세 기조’ 재확인 … ‘금투세 폐지’ 의지 피력
“현 감세정책은 부자감세, 경제정책 기조 전환해야” 여론과 충돌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건전 재정과 부자감세의 현재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임을 거듭 밝혔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4.10총선에서 여당이 완패한 것은 부자감세와 물가급등에 따른 여론 악화가 손꼽힌다.
이 때문에 ‘사실상 총선 민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야권과의 협조’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경제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향후 정치일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벽두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세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기조 일관성 지킬 것” = 10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총선 이후에도 경제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되 물가불안 등 민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체감도가 커지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시장 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추진해 온 건전 재정과 감세, 민간 중심의 역동경제 등 경제정책 방향을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상향 조정,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2026년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 전망 등 한국경제 관련 긍정적인 전망을 인용하며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뛰며 이뤄낸 소중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간병·돌봄 등 서비스 복지와 관련 일자리를 확대한 점을 언급하며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뤄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채소·과일 중심의 고물가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를 잡는 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세액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 안하면 큰 혼란" = 특히 윤석열정부 출범 뒤 부자감세 논란을 빚어온 부동산·주식 등 자산소득 감세 정책에 대해서도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되고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문제는 국회에 좀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천만원(주식) 이상의 양도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정부는 여야 합의로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어서 향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과 관련해서는 “징벌적 과세”라고 지적하며 완화하겠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전방위적인 감세 기조로 심화할 수 있는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민 61% "경제정책기조 바꿔라" = 하지만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야당이나 국민여론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조세정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62%에 이르렀다. 공평과세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19%에 머물렀다.
특히 응답자의 61%는 ‘정부가 감세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대표적 경제정책에도 부정응답이 2배 가까이 많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투세 폐지에 대해서는 55%가 부정적이었다.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1%에 머물렀다.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도 부정응답이 55%로 과반을 넘었고 긍정응답은 29%에 그쳤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기조 변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임시방편적 정책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 경제구조 개혁 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