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희상 전 국회의장
“의장은 끝까지 중재하고 결론도 내야…‘중립’은 국회법에 따르는 것”
“의장 경선에서 특정 정당 따르겠다는 것은 국회법 취지를 모르는 것”
타협 위한 ‘줄탁동기’ 강조 … “타협이 원칙이지만 원칙을 타협하지 마라”
‘여소야대’에서 성과낸 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 언급하며 “협치·통합”
“협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몫 … 결과 책임질 대통령이 손 내밀어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선명성 경쟁으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123석으로 야당이면서 원내 1당을 차지했던 20대 국회의 민주당 소속 문희상 전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국회의장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문 의장은 9일 내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마지막까지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지만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은 더 나쁜 것”이라며 “소수 의견도 중요하지만 더 큰 원칙은 다수결”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161석을 얻는 완승을 거둔 것을 두고는 “대통령을 상대로 싸우라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싸우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과 함께 먼저 야당에 손을 내미는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소야대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고는 국회, 야당과의 협치와 통합에 따른 성과들을 언급했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장의 중립성’에 대해서는 “어느 특정 정당에 치우치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면서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은 국회법에 따르는 것이고 법에 따라 하는 것이 중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화의 기술’ 중 하나인 ‘타협의 원칙을 지키되 원칙을 타협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대 국회는 민주당이 야당이면서 원내 1당이었다. 국회의장에게 친정인 민주당에서 많은 요구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했나.
원칙에 타협하지 않았고 타협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명문 규정이 있다. 국회법이다. 국회의장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국회법에 따라서 하는 거다. 마지막까지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된다. 가능한 한 타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소수 의견 존중도 중요한 원칙이지만 더 큰 원칙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마지막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그때까지는 타협의 시간을 길게 연장할 수밖에 없다. 결론을 내지 않으면 그건 더 나쁜 거다. 결론을 못 내는 그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
●당적 없이 의장으로 중재하더라도 여당(새누리당)에서 편향됐다고 보지 않았나.
마지막에 표결을 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을 누구나 안다. 그 타이밍이 올 때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중재해야 한다. 그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해야 한다. (여야가 서로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하는)줄탁동기다. 타이밍을 못 맞춰 조금 빨리 (결론을 내려고)하면 이쪽에서 난리고 또 늦추면 저쪽에서 난리다. 딱 맞을 때는 그냥 조용해진다.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그게 중립이다.
●국회법에서 말하는 중립성 의무라는 것이 중재로 인내하면서 결국엔 국회법에 따른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니다’라는 건 ‘중립의 의미’가 아니다. 법이 있고 법치를 해야 한다. 국회법에 따르는 게 중립이다. 그게 국회법에서 말하는 ‘중립’의 의미다. (국회의장이) 되기도 전부터 국회의장이 어느 특정 정당의 뜻을 따라야 된다는 취지로 얘기하는 것은 그건 국회의장 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법의 취지를 전혀 모르는 것이다.
●20대 국회엔 과반 정당 없이 3당이 분할한 상황을 고려해 ‘협치가 국민의 명령’이라고 하셨다.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민주당이 절대과반을 얻었다.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나.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나가는 대통령을 상대로 국민이 절대 다수 의석을 만들어준 이유는 싸우라는 것 아니겠나. 메시지는 딱 한 가지다. 싸우지 않으면 망하는 거다.
●윤석열정부는 여소야대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소야대가 됐을 때 협치는 매우 중요하다. 야당도 야당다워야 하고 여당도 여당다워야 한다. 그런데 협치의 최종적인 책임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여당과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먼저 대화하자고 나서고 문제 제기를 하고 야당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의 시작, 대화의 시작은 힘이 있는 쪽에서 해야 한다.
여소야대 때 대통령으로 성공한 사람이 두 분인데 한 분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고 또다른 한 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두 분은 의회 민주주의를 회복시켰다. 통합을 했기 때문이다. 협치에 앞장섰고 의회가 살아났다.
1노(노태우)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체제에서 노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 3명과 합의해 남북 기본합의서를 통과시켰고 5공화국 청산 청문회를 했고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해냈다. 의회에서 합의해서 통과된 법안 통과율도 기록적이었다.(13대 국회에서 법률반영비율이 938개 중 707개인 75.4%, 이중 정부법안은 368 중 355개인 96.5%)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보수 인사들을 총리 시키고 비서실장, 국정원장에 앉혔다. 협치를 인사로 보여줬다. 성공할 수밖에 없다. IMF극복, 남북 정상회담, 생산적 복지 등 많은 업적을 만들어냈다. 두 대통령이 했던 게 바로 통합이고 법치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국회를 얕잡아 보고 여당도 야당을 무시하면 협치가 되지 않는 거다.
●민주당이 과도한 친명 강성체제로 만들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강성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과거 야당이 강성으로 (정부) 반대 투쟁을 할 때 국민이 다 같이 따라주었던 이유는 상대방이 더 강성이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시대, 자유당 독재 때 야당 편을 국민이 들어줬고 3선 개헌 이후에 유신 체제, 박정희 독재 때, 전두환의 쿠데타 이후 독재 때에도 정부쪽에서 강성으로 나오니까 야당에 힘을 몰아줬다. 다시 자유당때 쓰던 말이 나온다. ‘자유’가 나오고 ‘못살겠다’가 나온다.
●의장은 다르지 않나.
의장은 양쪽을 조정해야 된다. 여와 야를 떠나서 권위를 가지라는 의미로 ‘중립’이 쓰였다.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기구다. 그게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영국법의 법치주의와 대륙법의 삼권분립의 요체는 국회다.
●현재 국회의장의 덕목은 무엇인가.
삼권분립의 주체로서의 국민의 주인으로서의 국회를 생각해라, 권위를 잃지 말아라, 그리고 스스로 권위는 찾아라. 이게 여와 야한테, 국회의장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다.
(김대중 대통령의 타협을 위한 5대 대화법은 인터넷 홈페이지 www.naeil.com에서 볼 수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