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21일 첫 본격 심의 시작
정부, 13대 최저임금위 위원 위촉
노동계 “보수성향 공익위원 다수”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제13대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26명이 위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위촉한 위원들이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에 ‘노동개혁’의 밑그림을 그린 보수성향 경제학자가 많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13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12대 최저임금위 위원들을 대신해 공익위원 8명, 근로자·사용자위원 각 9명 등 총 26명의 신규 위원을 위촉했다고 12일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이뤄지며 공익위원 9명 중 1명은 당연직 상임위원으로 고용부 공무원이 맡는다. 현 하헌제 최임위 상임위원은 임기가 2027년 1월까지여서 대상에서 빠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 선임된 이번 13대 공익위원들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와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안지영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다.
이번에 위촉된 권순원·김기선·이정민 교수는 이른바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을 그렸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았던 권 교수는 지난 제12대 최저임금위에서 공익위원 간사를 맡았다. 양대노총은 지난해 권 교수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노동계가 1차 회의에 앞서 권 교수 사퇴시위를 벌이자 공익위원들이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심의 초반부터 파행을 겪었다.
올해도 공익위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 최저임금 논의가 처음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경영·경제학 교수가 절반 이상인 것도 문제이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같은 정부 편향적인 입장에 있던 교수들이 공익위원에 포함됐다”며 “그간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골적으로 사측 편향적 행보를 보인 권 교수가 다시 포함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 등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정책을 설계한 인물들이 공익이 아닌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들러리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지난해 노동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권순원 교수 위촉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21일 제1차 전원회의에서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위원장은 연장자가 맡아왔다는 점에서 이인재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은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 29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는 6월 27일까지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올해 시간당 986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엔 처음으로 1만원을 넘길지가 관심사다. 또한 최저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경영계의 업종별 구분 적용 요구가 올해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