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소통 꺼냈지만…기로에 선 3년 차 윤 대통령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인용 시 치명타
‘추미애 국회의장’ 현실화 시 ‘강대강’ 우려
윤 대통령, 민생물가·국가전략산업TF 구성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과 소통을 화두로 내세우며 취임 3년 차에 돌입했지만 초반 정치일정부터 만만찮다. 이번 주에만 의대증원에 대한 법원 판결, 야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이 기다린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다음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악재가 늘었다.
◆의대증원 걸림돌 치워도 ‘여론 악화’ =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힘을 싣고 있는 의대증원이 기로에 섰다.
서울고등법원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에 반대하며 의대생·교수·전공의 등이 낸 결정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한 판결을 늦어도 17일까지 낼 전망이다.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법원이 1심과 같은 각하(소송요건이 되지 않음) 결정을 내리거나 기각(신청 내용을 검토한 결과 받아들이지 않음)하면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당장 올해 증원부터 제동이 걸린다.
윤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인용만 피하면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판결이 내려지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회의록 제출 및 현장 실태조사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일자 ‘2000명’ 산출 근거를 둘러싼 논란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반감된 탓이다. 윤 대통령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규모”라며 의사집단에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의사들이 정부의 안을 검증하는 상황이 됐다. 기각·각하가 이뤄지더라도 정부에 대한 여론악화가 의대 증원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회 쪽 상황도 윤 대통령에게는 적대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경선이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의 양자 구도로 12일 정리됐다. 유력 주자였던 조정식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국회의장 경선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친명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사퇴하며 추 의원에게 표를 밀어줬다.
익히 알려진 대로 추 당선인은 지난 정부 법무부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며 악연을 쌓았다. 윤 대통령을 ‘키웠다’는 웃지 못할 평가까지 받았다. 지난 총선 기간에도 SNS를 통해 선명성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용산으로서는 지난 총선기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혔던 ‘추미애 국회의장’ 현실화가 한층 가까워진 셈이다.
‘채 상병 특검’ 상황도 악화일로다.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늦으면 21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수사계획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통합위 보고회 이어 비대위 만찬 =한편 대통령실은 12일 국정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민생과 대국민 소통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격주 기자회견, 언론사 간부들과의 만남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여당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또 국민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민생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생물가TF를 통해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며 “물가를 지속해 모니터링하고, 유통 구조나 무역 구조의 개선 등 물가의 구조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물가를 전체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략산업 TF를 통해 수출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양호한 수출 실적을 거두도록 하겠다”며 “그 성과가 2차, 3차 협력업체로 퍼져 경제 전반의 온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생토론회를 재개해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삶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와 국가재정전략회의 등을 개최해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할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일 물가 안정과 핵심 산업 지원을 위해 민생물가TF와 국가전략산업TF를 구성키로 하고, 성태윤 정책실장이 두 TF를 직접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2기 성과 보고회를 주재한다. 소상공인·청년·노년을 중심으로 한 통합위의 활동과 성과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이날 저녁에는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상견례를 겸한 만찬을 한다.
만찬에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엄태영·유상범·김용태·전주혜 비대위원이 참석한다.
전날 인선이 발표된 성일종 사무총장과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자리에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