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태’에 경제영토 침해 논란 확산
정부, 늑장대응 비판에 “지켜보고 있다”
야당 “정부 묵인 안 돼, 굴종외교 끝내야”
‘라인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외교정책의 핵심 시험대로 부상했다. 정권심판을 앞세운 야당의 총선 대승으로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취임 후 2년이 지난 윤 대통령의 외교 좌표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라인 사태’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인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확산됐고 이에 일본 기업과 집권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까지 합세하면서 ‘경제영토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위안부 독도 강제징용 오염수 등 민감한 문제에 ‘친일 외교’를 앞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온 윤 대통령이 이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거대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는 모습이다.
2011년 출시해 월간 이용자가 1000만명에 가까운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을 운용하는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 A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 클라우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 유출사건 발생 이후 올 3월과 4월에 행정지도에 나섰고 사이버 보안대책과 함께 ‘네이버와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이는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 경영권을 뺏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13일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라인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지분 문제까지 접근하는 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을 지켜내는 것도 대통령과 우리 정부여당의 책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관계부처는 마땅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일본 정부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라며 “정부와 여당이 일본 정부의 강탈 행위를 계속 수수방관한다면 친일을 넘어 매국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제동원, 후쿠시마 핵 오염수,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처럼 일본 정부의 무도한 행위를 또 다시 묵인한다면 국민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부끄러운 대일 굴종외교를 끝내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을 위해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주문했다.
과학기술부 2차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해서는 “네이버의 입장 정리와 네이버의 이익이 극대화될 방향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중요해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같은날 메신저 앱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에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한 것과 관련해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자본 지배 관계 재검토가 경영권 관점과 어떻게 무관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전날 추경호 원내대표는 ‘라인 사태에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정부가 일본 당국과 접촉하고, 네이버 등 우리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며 일본 당국의 입장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기업의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지분 매각 여부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므로 존중한다”며 “그러나 그 외에 정보보안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이재걸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