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도 전에 ‘파열음’
한국·민주노총 “권순원 공익위원 등 ‘반노동 성향’, 임명 철회” … “민주적 운영, 투명한 심의 보장해야”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파행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다수가 “반노동 보수성향”이라며 정부에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제도 본래 취지와 목적을 잘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는 위원이 위촉돼야 한다”며 “이번에 임명된 공익위원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과연 본래 목적과 취지를 이해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정권 아바타, 노동개악 신봉자는 최임위 공익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14일부터 2027년 5월까지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할 13대 최저임금위 위원 26명(공익위원 8명, 근로자·사용자위원 각 9명)을 새로 위촉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 선임된 이번 공익위원들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와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안지영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다.
양대노총은 성명에서 “제일 문제는 단연코 권순원 위원”이라며 “현 정부의 노동개악을 가장 신봉하는 자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상생임금위원회와 같은 정부위원회에서 수장 역할을 자처하며 장시간 노동시간, 직무·성과급 도입 등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위원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에서도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을 뛰어넘어 편파적인 회의 진행을 일삼았다”며 “권 위원으로 인해 심의가 지연되거나 파행을 겪기도 했는데 또다시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양대노총은 또 “김기선 이정민 위원 역시 권 위원과 함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활동하며 노동개악에 동조한 사람들”이라며 “이인재 위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전교조 활동이 학생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반노동 성향을 드러내거나 2018년 사회적 대화 원칙의 최저임금 결정 원칙을 부정하는 논문을 게재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성재민 위원은 지난해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의 책임 연구자, 김수완 위원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론에 힘을 실었던 보수성향 학자, 안지영 위원도 과거 성과급제가 기업성과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 보수적 전문가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특히 우려되는 점은 공익위원 중에 노동 분야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다”며 “이들과 앞으로 3년간 최저임금 심의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정부를 향해 “반노동 보수성향의 13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임명을 당장 철회하길 바란다. 만약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향후 최저임금위 심의 파행을 비롯한 모든 책임은 이러한 공익위원을 임명한 윤석열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민생 방문현장에서 물가상승의 원인을 ‘인건비’ 때문이라고 언급했다”면서 “이는 곧 시작하는 최저임금위 심의에 임금인상 통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 중 정부 고위인사가 한 경제지에 최저임금 9800원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발언이 보도되고, 실제로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정부의 최저임금위 결정 개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는 최저임금위의 민주적 운영과 투명한 논의를 보장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위의 TV 생중계, 속기록 작성 및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