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채운 당정대…“대통령 부부 친위대” 우려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라인’ … 여당 지도부, 친윤 일색
정진석·이원모·이 용, 대통령실 포진 … 특검·수사 대비 해석
여소야대 국회를 마주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3축인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를 친윤(친윤석열)으로 빼곡히 채우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탄핵·수사를 대비한 포석으로 읽힌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당정대가 자칫 윤 대통령 부부 친위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13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앉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곳이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대검 대변인을 지내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라인’으로 꼽힌다. 김 여사 관련 사건을 담당하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4차장도 전부 교체됐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할 전담팀 구성을 지시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들도 대부분 물갈이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지도부를 친윤 일색으로 꾸렸다. 정책위의장에 3선 정점식 의원, 사무총장에 3선 성일종 의원을 임명했다. 비대위원에는 재선 유상범·엄태영 의원을 선임했다. 원외 비대위원으로는 4.10 총선에서 낙선한 전주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전부 친윤으로 분류된다. 정점식·유상범 의원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다. 원내대표에는 친윤 추경호 의원이 당선됐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 측근들을 전진 배치했다. 윤 대통령 ‘고향 친구’ 정진석 의원을 비서실장에 앉혔다. 대통령실 ‘검사 3인방’으로 불리다가 총선에서 낙선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다시 불렀다. 윤 대통령 ‘호위무사’ 이 용 의원을 정무1비서관으로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은 시민사회수석으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이후 당정대에 대한 인적쇄신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한 건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과 탄핵, 검찰 수사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친윤이 장악한 여당과 대통령실을 앞세워 거대야권의 특검·탄핵 공세를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것. 또 ‘윤석열라인’으로 꼽히는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것도 김 여사 수사 대비용이라는 해석이다. 총선 참패를 수습하고 국정쇄신을 주도해야 할 당정대가 윤 대통령 부부의 안위를 챙기는데 만 급급한 친위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인선을 겨냥해 “검찰을 더 세게 틀어쥐고 김건희 여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13일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이때, 대통령의 심복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기어코 김 여사를 성역으로 만들라는 시그널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비주류로 꼽히는 인사는 “윤 대통령이 당정대에 친윤을 전진 배치한 건 당정대를 대통령 부부를 보호하기 위한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남은 3년 간 국정의 무게 중심이 국정쇄신과 성과보다는 윤 대통령 부부 보호에 있다는 걸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