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상견례…민생지원금·특검 동상이몽
민주, “총선 민심 받들어야”
운영위·법사위 야당몫 강조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3일 “총선 민심을 받들어 (22대 국회) 원 구성이 원만히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첫 상견례 자리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원내대표에 사실상 추대된 후 첫 일성으로 “법사위·운영위는 우리가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을 상대해야 하는 운영위와 법제화의 길목인 법사위를 민주당 몫으로 돌려 특검 정국·입법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공개선언인 셈이다. 총선 패배 이후 재정비에 들어간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이같은 밀어붙이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13일 여야 원내대표의 첫 공식회동은 22대 국회 전반기의 긴장을 예고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만난 추경호 원내대표는 “일하기 좋은 파트너가 되겠다는 기대가 크다”며 “박 원내대표를 잘 모시며 국민이 바라는 의회 정치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현안을 풀어가는 인식 방향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얼마나 소통으로 풀어갈지 기대도 크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안을 꺼냈다. 박 원내대표는 “경제침체가 심각한데 집권여당이 민생지원금 편성을 위해 추경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 이슈를 꺼냈다. 그는 또 “해병대원 특검법 때문에 많이 긴장되는데, 총선 민심 수용 여부를 가르는 상징적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이 대통령에게 수용을 건의하는 것이 민심을 받드는 길”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총선 민심을 받들어 원 구성이 원만히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야간 이견이 확인된 민생회복지원금과 채 상병 특검법과 22대 국회 원 구성 문제를 ‘총선 민심’으로 묶어 민주당 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상견례 자리에 구체적 사안에 대해 갑자기 들어오면 더 이상 대화를 못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화로) 정국을 잘 풀어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좀 갖자”고 답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출범에 앞서 원내 지도부를 구성하며 ‘행동대’를 자임했다. 이재명 대표도 총선 이후 “사상 처음 야당에게 압도적 다수의석을 몰아 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원내를 독려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해소하지 못한 현안과 특검법 등을 새 국회 전반기에 처리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새 국회의장 후보도 ‘협치 대신 민치’를 강조하는 추미애 당선인으로 힘을 모으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른바 ‘입법드라이브’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이같은 강공 모드로 전열을 정비한 반면 국민의힘은 총선 후유증 극복의 연장선 위에 있다. 거대야당의 강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받아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추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원내 전략 최우선 목표를 국민을 향한 민생·정책대결의 승리로 삼겠다”면서도 “거대 야당의 당리당략에 치우친 부당한 정치공세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장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당내 이탈표 최소화가 1차 관문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발의 될 경우에 대한 대책도 관심사안이다. 국회 의석뿐 아니라 여론상으로도 여당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22대 원 구성 협상은 원내 지도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지난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에서 법사위원장 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180석을 앞세워 전체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배정했었다. 이번엔 운영위원장까지 거대 야당 몫으로 포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인사차 상견례 자리로, 구체적 사안에 대해 갑자기 들어오고 제가 혹 견해를 얘기하면 우리가 더 이상 대화를 못 하지 않겠느냐”고 반응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