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재 시대”…비명계 ‘부글부글’
“이 대표, 원내대표·국회의장까지 사실상 지명”
강성 지지층, ‘당원민주주의’ 이름으로 전면에
우상호 “5선 6선 의장 후보 드롭, 자괴감 들어”
22대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 추대, 추미애 후보로의 국회의장 단일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의지인 ‘명심’이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총재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비명계 재선이상 의원 중심으로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공개적인 발언은 최대한 삼가는 분위기다. 이 대표나 국회의장,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언제든 불만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4일 국회의장후보 경선과정을 잘 알고 있는 모 중진의원은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 박찬대 원내대표나 김우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나서 조율하고 압박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 “이같은 방식의 당 운영을 하게 되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게 언제든 불만으로 나오게 돼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체제로만 가려고 하고 강성 지지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에 걱정이 많다”면서 “총선 이후 윤석열정부가 더욱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집착할 텐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친명체제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를 낸다고 하는데 의회라는 게 밀어붙인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친명체제로 만드는 게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의 현재 체제가 ‘3김’시대의 ‘총재-원내총무 시대’로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과거 3김 시대에 총재가 당을 잡고 지휘하던 시대, 원내대표를 당대표가 지명하는 원내총무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라며 “당시 원내총무를 없애고 의원들이 선출하는 원내대표로 만든 것은 당내 민주화와 원내 중심의 정치를 만들겠다는 개혁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중심의 강력한 지배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와 불가피하게 경선에서 추 후보와 맞붙게 된 우원식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미애-조정식 후보 단일화에 대해 “개혁과 혁신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선수, 나이, 관례 이런 것 얘기하니까 앞뒤 말이 잘 안 맞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 여당이 추 후보의 국회의장 지원과 관련해 “국회 파행이 자꾸 일어나는 게 국민의힘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4선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라며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의 판단에 맡겨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정성호·조정식 의원의 중도하차한 데 대해 “5선, 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처음부터 나오지 말든가 나와서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사실 자괴감 같은 게 들었다”며 “만일 보도된 것처럼 이 두 분이 박찬대 원내대표나 혹은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혹은 본인 이런 분들의 어떤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거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현재는 초선들도 정치에는 처음 발을 내딛는 인사들도 많고 재선들의 경우 당대표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다음주 당선인 워크숍을 갖고 상임위원장, 간사와 함께 상임위 배정이 이뤄지면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개원 이후 의도대로 법안 통과나 국민여론이 따라주지 않았을 때에도 리더십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지금은 재선이상 의원들이 말을 아끼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총선 완승 이유를 ‘입법 성과’로 보고 강도높은 ‘일방통행’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최근 ‘총선평가’보고서를 통해 “ 22대 총선은 국정운영 실패로 인한 사회경제적 상황의 악화,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일방적인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분노한 유권자의 심판이었다”고 규정하면서 “분노한 유권자는 ‘분노를 해소할 대안을 가진 정당’이 아닌 ‘분노를 표시할 도구가 되는 정당’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유권자 분노의 주원인이 윤석열정부의 국정실패에 따른 민생 고통, 권력기관의 부정부패 의혹 등에 있음을 감안할 때 부정부패에 대한 강한 대응과 예산심의권을 활용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재건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강한 주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지지층의 자포자기식 이탈, 대안보다는 강한 대결 정치를 주장하는 다른 정당으로의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차기 선거에서 분노한 유권자들의 심판 대상이 될 위험도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