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외식전문업체, 엔저에 해외진출 박차
지난해 해외점포, 1만3천개로 42% 돌파
식재료 가격 폭등, 일본선 가격인상 무리
중소 꼬치전문업체, 올 하반기 한국 진출
일본 외식전문업체의 해외진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전통적인 내수산업인 외식업종도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일부 업체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한국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위 10대 외식업체의 해외점포수는 지난해 기준 1만3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위 10개 업체의 국내외 전체 점포수 대비 42%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미 점포 10곳 가운데 4곳 이상이 해외에 있는 셈이다.
해외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해외 점포 비중은 29%에 머물렀지만 불과 4년 사이에 13%p 급증했다.
고기구이 전문점 ‘규가쿠’ 등을 운영하는 콜로와이드그룹은 지난해 말 해외 점포가 389개로 2019년 말 대비 70% 늘었다. 사이제리야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같은 기간 18%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형 외식전문업체 전체의 해외점포는 더욱 증가해 올해 안에 국내 점포수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규동 전문점 ‘요시노야’를 운영하는 요시노야홀딩스는 올해 전년 대비 9% 증가한 125개 해외 점포를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규동 전문점 ‘스키노야’도 빠르게 해외 점포를 늘려가면서 지난해(약 600개) 수준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스카이락홀딩스는 올해 미국에 샤브샤브 전문점 50곳 이상을 새롭게 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일본 대형 외식전문업체가 해외로 발빠르게 눈을 돌리는 데는 역대급 엔저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쇠고기 등 식재료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업체의 입장에서 엔저는 수입단가를 끌어올려 수익성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일본 외식시장은 저출생·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2021년 약 17조엔(약 150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이는 최고 정점을 보였던 1997년에 비해 40% 가량 시장이 줄어든 규모이다.
여기에 최근 몇년새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의 경우 업체가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본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이나 가격탄력성이 큰 미국시장 등으로 진출해 제값을 받겠다는 포석이다. 대표적으로 세이제리야는 일본 내에서 음식값을 올리지 못하는 대신 해외에서 제값을 받는 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실적에서 아시아지역 이익이 국내에 비해 130%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전세계 일본식 식당은 지난해 기준 18만7000개로 2021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식 식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외식업체의 해외진출이 확산되면 일본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일본산 식재료 수출도 늘어나는 등 선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일부 일본 중소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한국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 한 서울 주재원은 “지인이 일본에서 꼬치전문 체인점을 운영하는 데 올해 하반기 서울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젊은이가 많이 찾는 홍대 근처에서 한꼬치 100엔(약 900원) 안팎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