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3조8000억원 주세, 지방세 이양”
한국지방세연구원 정부에 제도개선 제안
지금도 100% 균특회계 재원으로 활용
지방세 과세조건 충족 … “전통주 먼저”
“주세의 지방세 이양은 10여년 이상 논의된 세제 이양 방안이고, 지방의 재정 자주권 확대 방안입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지자체 재정력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16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국세의 지방세 이전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자치단체 재정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주세의 지방세 이양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주세를 지방세로 이양하자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주세가 보편성·안정성·신장성·지역성 등 지방세가 가져야할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지자체와 학계의 요구가 높았다. 주세가 전액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지방세 전환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 주세는 2004년까지는 지방양여금으로, 2005년부터는 지역균특회계 등 지방 재원으로 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주세의 50%를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사용한다.
지방세연구원도 최근 주세의 지방세 이양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개최된 ‘한일 지방재정세제 개혁방안’ 국제학술행사에서도 주세의 지방세 이양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주류에 대해서는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데 모두 국세다. 이 가운데 지방세 이전이 논의되고 있는 주세의 규모는 2022년 기준 3조8000억원이다. 현재 주류시장 변화로 보면 주세 규모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류소비 시장은 약 9조9700억원 규모다. 출고량은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였다가 2022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출고금액은 2015년 이후에도 증가세를 유지했고, 코로나19 시기에 약간 주춤하다가 2021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주류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주와 소규모 맥주의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주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한산소곡주 안동소주 문배주 이강주 금산인삼주 등이 민속주에 속한다. 또 고창 복분자주, 지리산 머루주, 광양 매실주, 진도 홍주는 지역특산주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감률을 보면 주류 전체가 1.82% 늘어난데 비해 전통주는 11.67%나 늘었다. 다만 지금은 전통주와 소규모맥주에 부과되는 주세 규모가 435억원(전통주 264억원, 소규모맥주 171억원)으로 전체의 1.15%.에 불과하다.
주세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주세 전부를 이양하는 방안과 지역성이 강한 전통주·소규모맥주 등을 우선 이양하는 방안이 있다. 세원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있다.
주세의 지방세 이양이 가져올 기대 효과는 상당하다. 지자체에 주어지는 주류에 대한 과세권 일부가 생산지 원칙에 따라 배분될 경우 해당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주류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전통주는 특성상 지역 농업과의 연계성도 강하다. 전통주 원료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과 소비 촉진을 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지방 재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굳이 세원 이양으로 혼선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재정당국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는 국고보조금 방식이 지자체에 주는 예속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지난해 기준 지방의 지출비중은 50.1%인데 반해 세입비중은 18.4%에 머물러 있다. 중앙정부가 걷어 나눠주는 돈, 즉 국고보조금(77조8000억원, 25.5%)과 지방교부세(63조5000억원, 20.8%)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상수 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장은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 주요 세원에 대한 국가와 지방의 공동 이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세의 지방세 이양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미 주세 전부를 지방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세 이양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