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한은 수정 경제전망 보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능성 가늠
성장률과 물가 전망 2.5% 넘으면 연말이나 내년이후 될수도
한국은행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과 경제전망을 결정한다.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수정 경제전망치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을 수정하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도 잡힐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한은 안팎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흐름이 있었다. 이창용 총재도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평균 2.3% 수준까지 둔화하면 통화정책 전환의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보다 높기는 하지만 추세적인 상승세 둔화의 지표로 2.3% 수준을 제시한 셈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향후 3개월 이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이 1명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에 그치는 등 경제가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전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까지 생각했던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기존 논의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전제가 바뀌었다는 것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추세가 당초 예상 경로를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이다.
우선 1분기 성장률 충격이다. 한은이 4월 말 발표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에 따르면, 전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했다. 이 총재도 “지난해 1.4% 성장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작년 한해 성장을 한 분기에 다한 셈”이라고 말할 정도로 예상을 넘어서는 성장세였다.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데 부담스러웠던 성장률이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통화정책 전환의 전제가 바뀐 것이다.
물가 전망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당초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간 2.6%로 내다보면서 하반기에는 2.3%까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상승 등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를 자극해 고물가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은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달 대비 3.9%나 올라 17개월 만에 가장 큰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수입물가 상승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하반기 물가 오름세 둔화가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
결국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거시경제 전반의 전제가 바뀌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은이 이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대부분 거시경제 전망 수치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월 예상했던 성장률(2.1%)과 하반기 물가상승률(2.3%)을 모두 2.5% 안팎으로 상향할지 주목된다. 경상수지 흑자도 이미 상반기 전망치(198억달러)에 근접해 추가로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은 뚜렷한 개선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어서 큰폭의 수정 전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