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인권 현주소, 평가 엇갈려
여성차별철폐위, 한국보고서 심의
여성계 “진전도 의지도 없는 정부”
여성가족부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제9차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심의는 2018년 2월 제8차 보고서 심의 이후 약 6년 만에 이뤄졌다. 2022년 3월 제출된 제9차 보고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협약 이행 상황이 논의됐다.
여가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위원들은 △여가부 폐지 관련 입장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관한 질의를 했다”며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이 개정안은 여가부의 양성평등 업무나 기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보장 총괄부처(보건복지부)와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성평등 정책은 △출산·양육 △건강 △소득보장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정책 전반과 유기적으로 융합될 때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다수가 복지·고용을 다루는 부처에서 양성평등 정책을 통합해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헌법상 평등 원칙에 따라 차별과 편견을 방지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4건)도 그 세부적 내용에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건설적 토론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장애인권법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12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장관도 없고, 진전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189개국이 가입(5월 현재) 했으며 우리나라는 1984년 가입 뒤 약 4년마다 관련 분야의 정책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해 왔다.
이번 심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여가부 외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6개 관계 부처·기관 합동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심의에 참여했다. 수석대표는 장관이 아닌 김기남 여가부 기획조정실장이 맡았다.
이들 단체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위원들은 현 정부의 여가부 폐지 시도를 비롯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퇴행과 한국 사회 안티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실질적 성평등 정책 추진과 여성 권리의 강화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여가부 폐지 계획을 철회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했지만 정부는 여가부 폐지가 성평등 기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제8차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국가보고서 심의 당시 정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부터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여가부 폐지 정책 기조를 즉각 폐기하고 국가 성평등 기구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