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과거의 악연들’, 윤 대통령 협치 최대 난관
이재명, 대표 연임 기류 … 추미애, 의장경선서 '명심몰이'
조국, 윤과 5년만에 ‘악수’ … 이준석, 5.18묘지 ‘7시간 참배’
“윤 대통령, 외연확장 의지 없인 본격 만남 없을 것” 전망
윤석열 대통령과 악연을 쌓아온 ‘숙적’들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몸풀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당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4명은 윤 대통령과 적대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 총선에서 권토중래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선참패 후 ‘협치’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여소야대 못지않은 ‘킬러문항’이다.
◆이재명 1인체제 임박 = 이재명 대표는 대표직 연임론이 당내에서 비등한 가운데 본인의 의지표명만 남겨놓은 상태다. 당내 중진급 인사들도 도전을 주저하고 ‘추대론’까지 나오면서 1인체제 구축이 가시화돼가는 모습이다.
친명(친이재명)계인 한민수 대변인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아직 거기(연임)에 대해 말한 게 없지만 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커지고 있다”며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려면 이 대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16일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연임 및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당내 의견 수렴 후 결론짓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21일 당선자 연찬회, 22~23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직을 놓고 우원식 의원과 ‘2파전’을 벌인 추미애 당선인은 이른바 ‘명심’을 업고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 몰이를 했다. 법무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윤’ 갈등을 빚어왔던 추 당선인은 총선 직후 “대파가 좌파도 우파도 아니듯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며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는 말로 윤 대통령에 대한 견제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윤, 특별한 대화는 안 나눠 = 이른바 ‘탄핵연대’의 주요 축 중 한 명인 조국 대표는 1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서 퇴장하는 길에 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조 대표와 악수하며 눈인사했고,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 측은 “윤 대통령이 조 대표에게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조 대표와 공식 석상에서 만난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와 윤 대통령의 악연은 2019년 8월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후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이른바 ‘조국 사태’ 수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서 조 대표와 아내 정경심 전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이끌었고, 조 대표는 결국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35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정 전 교수는 징역 4년이 확정됐으며, 조 대표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4.10 총선을 불과 38일 앞두고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정치에 뛰어들었고, 조국혁신당은 총선에서 12석을 거머쥐며 원내 3당(22대 국회기준) 지위를 확보했다.
◆윤 대통령 ‘아이스 브레이킹’ 시작했지만 =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지만 ‘내부총질’ 논란 후 이탈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5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전 묘소를 참배했다. 5.18 민주화 운동 44주년을 사흘 앞두고 이뤄진 방문이다. 이 대표는 경남 김해에서 재배된 국화 1000송이를 들고 이주영·천하람 비례대표 당선인과 총 7시간 30분동안 묘지에 안장된 전체 995기 묘의 비석을 일일이 닦고, 헌화를 한 뒤 절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서진정책’를 강조하며 수시로 광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영남 국화를 헌화한 이유에 대해 “영남 분들도 5.18 정신에 대해 많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5.18의 비극은 영호남의 대립 때문이 아니다. 일부 잘못된 군인들의 생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995기 묘역을 모두 참배한 배경에 대해선 “995명의 열사의 사연 하나하나를 다 느껴보고 싶었다”며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진일보한 모습이지만,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취임 이후 연속적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를 넘어 그 정신을 실현하는 것에 정치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 조국 대표와 악수 등 ‘아이스 브레이킹’에 나서고 있지만 어디까지 이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는 대화의 초입에 들어섰고, 추 당선인은 의장이 된다면 형식적으로라도 조찬·접견 등을 통한 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교섭단체가 아닌 조국·이준석 대표를 상대로는 기회와 명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검찰 등 인선을 보면 윤 대통령이 외연확장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의지 없이는 특히 조국·이준석과의 본격적인 만남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