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던 4월 아시아 폭염은 인간탓
기후변화로 이상폭염 가능성 커져
화석연료 태우면 취약층 위기지속
지난달 아시아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어진 기록적인 4월 폭염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AP, 가디언, CBS 등 외신들은 다국적기후연구단체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의 최신 연구를 인용해 4월 폭염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WWA에 연구에 참여한 기후 과학자인 프리데리케 오토는 “아시아에서 4월 기온이 급등했을 때 사람들이 고통받고 사망했다”면서 “인류가 계속해서 화석 연료를 태우면 기후는 계속 따뜻해지고 취약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방글라데시에서 최소 28명, 인도에서 5명, 가자지구에서 3명 보고됐다. 연구에 따르면 올해 태국과 필리핀에서도 열사병 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또 농작물 피해를 입히고 수확량을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방학이 연장되고 여러 국가의 학교가 문을 닫아 수천 명의 학생들이 영향을 받았다. 취약계층에겐 더욱 고약하다.
WWA 연구에 따르면 “폭염은 국내 실향민, 이주민, 서아시아 전역의 난민 캠프와 분쟁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면서 “극심한 더위로 인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수천 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이 시기에 경험하는 고온현상이 매우 드물지는 않지만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 변화에 의해서만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차장 코 바렛은 극심한 더위가 “침묵의 살인자가 되고 있다”면서 “열 관련 사망률은 흔히 과소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 생산성 감소, 농업 손실 등 실제 피해 규모는 통계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WWA 보고서는 올해 4월이 기록상 가장 따뜻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11개월 연속 기온 기록을 달성했다는 WMO의 또 다른 보고서보다 하루 앞서 나온 것이다.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은 4월의 가장 더운 날 기록을 경신했다. 필리핀은 최저 기온이 섭씨 29.8도(화씨 85.6도)로 역대 가장 더운 밤을 경험했고, 인도에서는 기온이 섭씨 46도(화씨 115도)까지 치솟았다.
앞서 3월 말에도 또 다른 폭염이 서부 아프리카와 사헬 지역을 강타해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말리에서는 기온이 48.5C에 이르렀다. 폭염 관련 사망자는 많은 국가에서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전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수백만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이나 통계환경이 좋은 유럽에서는 폭염 관련 사망자가 지난 10년 동안 25%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극히 이례적인 이러한 일들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